재활병원 EP.3
이번 에피소드에는 지저분한 요소가 다분합니다.
이점 유의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중하고 진지하게 이지선다 문제를 풀고 있다.
초코라테를 마실까 말까..
오전 재활의 마지막인 FES(전기자극치료)를 받고 있을 때면 항상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고민이 나에게 있어선 신중하고 진지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이거 마시면 오후 재활 때 기저귀에 큰 실수(대변)를 할 거 같은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 내려가기 전에 기저귀 한 번 확인해 볼까요? “
치료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병실에서 항상 기저귀를 확인하고 간다.
왜냐하면 치료사 분들이 대부분 내 나이 또래 또는 우리 막둥이 나이대의 분들이라 치료 도중 큰 실수를 하게 되면 정말 창피할 거 같아서다.
그러면서 내가 쾌적한? 상태로 치료받는 것이 선생님들에게 해주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오전 첫 치료인 작업치료시간.
여느 때와 같이 선생님이 스트레칭을 해 주시다가 갑자기 배에서 꾸룩꾸룩 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제발..)
이상함을 감지하는 순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 저 기저귀에 실수한 거 같은데요..”
“아!? 큰 거요 작은 거요? “
(아니.. 선생님ㅠㅠㅠ)
“큰 거요. 냄새도 나는 거 같은데요..”
“어!? 저는 안 나는데요. 그냥 방귀인 거 같은데요. “
“그러면 좋겠는데.. 뭔가 좀 찝찝한 느낌이 나는 거 같기도..”
이때 선생님의 고개가 내 엉덩이 주변으로..
“아 안 돼요ㅠㅠ 절대 안 돼요. 저 올라가서 확인해 보고 올게요.”
당황스러웠다. 방귀인 지 큰 실수인지 냄새로 확인하려는 거 같았다. 아이고 수치스러워라..
병실로 올라가 확인해 보니 큰 실수가 맞았다.
이때 이후로 아침밥을 안 먹었다.
아침에는 아예 저작운동 자체를 안 했다.
주치의 선생님께는 변비약을 반으로 줄이다가 나중에는 필요할 때 간헐적으로 먹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때 이후로 초코라테가 두려워졌다.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기립기에 30분 동안 서 있는 치료시간이었다.
기립기 앞에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기다리니 선생님 두 분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양쪽에서 내 허리를 잡아주시고 약간의 반동을 주면서 일으켜 세워주시고, 다리를 111자로 놓기 위해 쪼그려 앉으셨다.
여기서 동시에 선생님 두 분이 순간 흠칫! 하시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아래로 내려보니 마주 보고 웃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눈치챘다.
아.. 또 기저귀에 큰 실수를 했구나.
선생님들은 잘못이 없다. 눈치채지 못하게 행동하셨는데 타이밍 맞게 그 장면을 봤을 뿐.
30분이 지나자마자 휠체어 뒷바퀴를 있는 힘껏 밀며 치료실을 나왔다.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복도에서 TV를 보고 계시는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저 기저귀 좀 갈아주세요.”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었다.
퇴원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텐데.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어쩌지] 보다,
[평생 기저귀를 차고 다니면 어쩌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또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오전 물리치료 시간이었다.
휠체어가 가짜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사이, 내 진짜 다리는 점점 얇아져갔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하체운동과 코어운동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체 근육과 코어근육은 내게 있어 걸어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자산이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유지는 하면서 재활을 진행해야만 했다.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마음처럼 안되니 눈을 질끈 감으며 온몸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순간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아 제발..)
밑을 보니 소변이 기저귀를 뚫고 나와 바지와 매트가 젖어버린 것이었다. 거기다 큰 실수의 냄새까지..
아휴..
초코라테고 나발이고 이때 이후로 물조차 마시기 두려워졌다.
추신.
이번 에피소드에 있었던 추억들을 다시 꺼내보니 감회가 새로워지는 한 주였습니다. 저 때 당시의 저는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서도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몰래 많이 울었습니다. 정말 살기 싫더라고요..
저때의 나에게 칭찬을 해주려고 합니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잘 견뎌서 독서도 하고 브런치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꿈을 꾸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독자 여러분.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가벼운 외투라도 꼭 걸치고 다니세요!
다음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