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 EP.4
발목 보조기를 채우면서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나 이제 운전 못하는 건가?
……
아버지. 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찍는다~ 하나 둘 셋!”
“아버지. 제 차 잘 부탁드립니다.ㅠㅠ”
혹시 몰라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왔어요.
저 이제 운전 못하는 건가요.
2년밖에 안 탔는데..
새 차인데..
“제가 이거 알려드리면 고민이 해결될 거 같은데요! “
치료사 선생님이 확신에 찬 투로 대답했다.
핸드 컨트롤러. 이거 대박이네!
발목을 움직이지 못하는 척수손상 환자에게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장치다.
컨트롤러를 앞으로 밀면 브레이크, 당기면 엑셀.
신경이 돌아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의 수도 생각해 내야만 했다.
공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9살의 나는. 수시를 이미 합격해 놔서 마음 편안하게 2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 전까지만 다닐 수 있는 회사에 취직도 했다.
잠시 용돈벌이로만 다니려 했던 회사에 무려 5년 동안 있었다.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으로 진로를 바꿔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되기까지. 8년의 시간 동안 나는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해왔다.
한창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느껴진 적도 있었다.
재활에만 몰두해도 모자를 시기에 일을 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집중을 못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장애인이 되어도 취업을 할 수 있다.
자리가 많이 없을 뿐..
당연한 얘기겠지만,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장애인을 회사에서 더 선호한다는 글을 봤다.
어!? 나 차 있는데!
아!? 근데 나 하반신마비 장애인이지..
발목이 안 움직이는데 엑셀이랑 브레이크는 어떻게 밟지ㅠ
이런 나에게 핸드 컨트롤러의 발견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다.
”나는 샤워를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해. “
“아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병원에 계신 환우분들과 대화를 할 때면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우분들은 외부 간병사를 고용해 병원생활을 하고 계신다.
아무래도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샤워를 일주일에 한 번만 ‘시켜’ 준다는 게 좀 충격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환자의 청결상태는 정말 중요하다.
청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는 ‘합병증’때문에 재활스케줄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재활병원에 와서는 하루에 한 번 꼭 샤워를 했다.
다치기 전에는 출근 전에 한 번, 퇴근하고 한번, 총 두 번 샤워를 했다.
심지어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경우에도 하루 두 번의 샤워 루틴을 어긴 적이 없다. 이 정도로 나는 샤워에 남다른 집착이 있다.
저 멀리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샤워바구니를 들고 기다리시는 아버지를 보니,
나는 정말 복 받은 환자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머지않아 회사로 복귀하셔야 한다.
나 이만큼 좋아졌고 샤워도 혼자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고 집으로 가셔요 아버지!
라고 당당히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은..
샤워배드에 누워 안전바 올리기도 무서워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당연시 여겼던 예전 일상의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