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 EP.5
허리 보호대야! 그동안 내 허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근데, 너 때문에 땀띠 나 죽을 거 같았어.
우리.. 다신 보지 말자^^
발걸음, 아니 휠체어 걸음이 아주 가볍다.
재활병원에 입원하고 처음으로 외래 진료를 다녀온 나는 미소를 하도 지었는지 광대가 아플 지경이다.
허리 보호대만 안 차도 삶의 질이 이렇게 높아 지다니.
이 기분 좋은 날에 병원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싫어 친하게 지내던 환우분들과 같이 피자를 시켜 먹었다.
허리 보호대도 졸업했겠다,
곧 퇴원할 거 같다는 편마비 환우분의 농담 한 마디가 기분 좋은 분위기를 달궈주셨다.
이 날을 계기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모여서 같이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었다.
그러면서 “좋아질 거예요!”라는 희망찬 말로 자리를 마무리하며 결의를 다졌다.ㅋ
여러 번의 실수들(대소변을 지리는..)을 거듭한 끝에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물과 음식을 스스로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변기에 앉아서 힘을 줘보자.
첫 재활시간이 9시 15분이니까 적어도 9시에는 소변을 누자.
재활스케줄을 소화할 때 물을 최대한 적게 마시자.
지금 누는 소변이 잠 자기 전 마지막으로 누는 소변 같으면 그 이후로 물을 최대한 적게 마시자.
이렇게만 지켜줘도 요실금은 정말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변실금은..
내가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대변의 영역은 ‘신의 영역’이라 표현하고 싶다.
기도가 답이다.(십자성호를 그으며..)
허리 보호대를 졸업한 이후부터 재활치료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힙브릿지 같은, 내 기준에서의 역동적인 운동들을 하니 집 나갔던 대퇴사두근과 둔근이 다시 돌아와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걸어서 나가겠다는 꿈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거 같아 힘들어도 개수 한 두 개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재활에 임했다.
다리를 들어 올리고 앞으로 찬 다음에 최대한 발꿈치부터 땅에 닿는다 생각하고 걷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과학? 적인 생각을 하며 걷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라면 매번 이렇게 하나하나씩 생각해 가며 걸어야 한다.
이때부터 기립대에 30분 동안 서있는 치료시간 때,
안전고리를 채우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중력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평소보다 휠체어를 좀 더 당겨서 고정하고 못 버텨 넘어질 거 같으면 과감하게 엉덩이를 뒤로 빼 휠체어에 앉고 다시 천천히 일어서고를 반복했다.
이 30분이 지나면 병원복 상의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렇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