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EP.1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마비입니다. 요추 2번이 부러져 그 부러진 뼈가 말초신경을 손상시켜…. “
수술해 주신 담당의사 선생님이 어머니께 설명을 해주고 계신다. 부러진 뼈를 핀으로 고정시키는 나름 큰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낸 후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부자연스럽게 올라간 입고리를 내게 보이며 어머니가 말했다.
“수술은 잘 됐다 하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진후, 어머니가 병원에 상주하며 간병해주고 계신다. 한 달간의 대학병원 생활을 어머니와 함께 했다. 어머니는 내게 회사생활이 힘들고 지겨웠는데 안 가게 해 줘서 고맙다는 농담으로 나를 위로해 주셨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주무시며 날 간병하시는 게 회사생활보다 더 힘드신 거 압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최대한 미소를 잃지 않으시며 나를 간호해 주셨다. 일반병실로 옮겨져서도 아직 검사할 게 많은지 바퀴 달린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병원 여기저기 데려갔다. 병실밖을 나올 수 없는 나는 이 시간이 좋았다. 불과 몇 미터 되지 않는 병실과 병원 복도의 공기는 매우 달랐다. 상쾌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아픈 와중에 산책을 하는 기분까지 느껴졌던 기억이 났다. 병원 복도에 이어진 형광등만 쳐다보기 싫어, 양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환자분들과 간호사분들을 구경했다. (고개를 돌리는 신경은 고장이 안 나서 다행이네..)
사람몸은 정말 신기한 거 같다. 요추 2번 밑으로는 움직일 수도, 감각도 없는 데에 반해 그 위로는 사고 나기 전과 동일했다. 즉, 멀쩡하다는 얘기다. 배꼽 밑으로의 내 신체는 뇌에서 조종을 내릴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가 돼 버린 것만 같았다.
CT나 MRI 촬영이 있던 날이었다. 내가 누워있는 병원 침대에서 밑에 큰 이불을 깔고 그걸 들어서 기계로 옮기는 작업이 있었다. 옮겨지는 시간은 길어봤자 2초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그 과정까지의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다.
(그냥 벌떡 일어나서 스스로 가면 참 편한 일인데..)
정면으로 누워있는 내 신체를 살짝 옆으로 옮겨 허리밑에 이불을 넣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파왔지만 어머니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참았다.
“이제 들어 옮길게요~ 조금 아플 수 있는데 최대한 조심히 옮길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난 순식간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어머! 조심하세요!”
어머니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2초의 짧은 시간에도 어머니는 이불하나에 의지한 체 옮겨지는 내 모습에 많이 놀라신 거 같다. 갓난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갓난아기.. 맞는 말이다. 배꼽 밑으로 신경이 고장 난 나는, 당연하게도?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 못하게 됐다. 요도에 호수를 꽂아 소변을 배출하고, 대변은 옆으로 누워 힘을 준 뒤 기저귀 밑으로 배출했다. 그걸 다 어머니가 받아주시고 치워주시고.. 해주셨다. 성인에서 아기로 시공간을 역행한, 근데 정신은 그대로인 아기.
검사가 끝나고 다시 병원침대로 옮겨진 후,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습한 공기가 가득한 병실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였다. 휠체어 타는 사람들, 하이워커에 의지한 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휠체어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다. 바깥공기 마시고 싶을 때마다 혼자 나갈 수도 있고..
불과 며칠 전 만 해도 내가 휠체어를 타는 모습을 상상조차 안 하며 나름 신체 건강하게 지냈다. 근데 이제 하이워커는커녕 휠체어만 타도 소원이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장애인이 됐다. 잠들기 전, 난 혼잣말로 항상 무언가를 말하고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