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

하반신 마비

by 무명독자

“목말라요 물 좀 주세요..! “

“안됩니다. “

“제발요.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싶어요. “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구급대원은 어딘가 전화를 걸었고, 짧은 통화를 마친 구급대원은 나에게 말했다.

“병원 도착하자마자 검사를 진행해야 해서 물 마시면 안 된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곧 도착합니다”

구급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게 느껴진다.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뭔지 모를 통증이 밀려왔다. 사이렌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고 차는 멈출 생각 없이 계속 달렸다. 마른침을 계속 삼키며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셨다.


“이러다 불구 되는 거 아닌가.. “


양쪽손으로 머리를 쥐어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자 조용히 말을 하셨지만 그때당시 나한텐 사이렌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병원에 도착 후 나를 빠르게 어딘가로 이동시켰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정확히 기억난다. 흰색가운을 입은 남자가 내 왼쪽발을 들고 말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놓을 테니까 버텨봐요. 하나 둘 셋 “

쿵!

중력을 못 버티는 게 당연하다는 듯 한 표정을 하며 다시 말했다.

“여기도 똑같이 버텨보세요. 하나 둘 셋”

쿵!


이제야 조금씩 내 현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몇 시간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직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나는 아버지가 계신 숙소에 얹혀산 지 두 달쯤 됐을 때다. 저번주 야간근무를 하고 주말을 지나 또 다른 한주의 주간근무로 돌아온 월요일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아버지가 먼저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고 계셨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피곤한 몸을 씻고 있는 사이 ‘출근한다’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는 나가셨다. 나 역시 젖은 몸을 빠르게 닦고 옷을 입어 출근준비를 마친 후, 끈을 헐렁하게 묶어놓은 신발을 빠르게 신고 현관문 손잡이를 내리고 밀었다. 문이 안 열렸다. 몸으로 쌔게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이상하네.. 방금 아버지는 잘 나가셨는데..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했다. 아버지는 어이없어하시며 숙소 현관문 밖으로 돌아오신 후 손잡이를 내리고 당겼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점점 출근시간이 늦어진 걸 확인한 나는 초조해졌다. 항상 일정한 시간에 회사로 출근해서 밥을 챙겨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여유롭게 화장실에서 큰 볼일까지 보고 내 자리에서 일할 준비를 했다. 장이 예민해 큰 볼일의 신호가 오면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다. (다 비우고 나오자 하는 생각에..) 웬만하면 일하고 있는 도중에 화장실을 가는 게 눈치 보이고 그러기도 싫어서 신호가 애매하게 와도 일하기 전에는 무조건 화장실에 앉아있는다.


이런 내 패턴이 꼬여지는 게 느껴졌다.

아버지께는 얼른 다시 출근하시라 말하고 나는 고민했다. 베란다로 이동했고 고개를 내밀어 시선을 밑으로 향했다. 아파트 3층 높이와는 다르게 아버지 숙소는 3층이 그리 높지 않았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베란다 난간을 잡은 후 밖으로 넘어와 가로로 돼있는 창살을 잡은 후 쪼그렸다가 뛰어내리는..


체공시간이 생각보다 길다고 느낄 때쯤 이미 늦었었다.


착지한 순간 난 주저앉았다. 몸이 두 동강 나는 느낌이 들었다. 무서움과 충격적, 고통스러운 감정이 섞인 비명을 크게 냈다. 휴대폰을 찾았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손을 더 뻗으면 휴대폰이 닿을 거 같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몸이 정말로 두 동강 날 거 같아서..


할머니 한분께서 놀라며 다가왔다. 그러면서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도둑 아니냐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지금 생각해 보니 도둑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도 오시고 앰뷸런스도 도착했다.


이제부터 난 2년 동안의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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