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소설 쓰지 마
2024년 12월 28일.
여느 때와 같은 주말 오전.
겨울이 주는 소중한 햇살을 만끽하며 독서하던 중,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한번.. 두 번..
아 전화구나 생각하며 휴대폰 화면을 보니 `막둥이‘라고 적혀있다. 3살 터울의 친동생이다. 예상되는 대화내용을 유추하며 전화를 받았다.
“오빠, 뭐 해?!”
참고로 우리 남매는 일반적인? 남매들보다 사이가 좋다.
“오빠 지금 독서 중~ 선물 다 샀어?”
”응! 다 사고 이제 슬슬 집 가려고. 오빠 안 귀찮으면 밖에서 같이 밥 먹고 들어갈래? “
마침 짧은 시곗바늘이 꼭대기에 있는 12에 가까워지고 있던 참이었다.
“좋지! 뭐 먹을까?! 국밥 먹을까?”
“음.. 국밥은 별로 안 땡겨“
“그럼~~ 중국집 가자!”
“좋아~ 1시 40분쯤 집 앞으로 나와”
차돌짬뽕과 잡채밥 중 뭘 먹을지 고민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잠깐 나갔다 오는 거라 선크림은 생략!
내일은 부모님 결혼기념일, 올해로 33주년이다.
막둥이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아버지 옷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백화점 갔다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거다.
어머니는 동생한테 그냥 현금으로 달라고 미리 얘기하신 거 같다.
아버지도 옷 보다 현금을 더 좋아하실 거 같은데..
“오빠는 깍두기니까 돈 안내도돼^^ 나랑 언니랑 더치페이하기로 했어”
장애인 친오빠를 둔 배려 깊은 우리 막둥이..
친누나한테도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공존하는 지금,
조카를 맞길 때 열심히 놀아줘야지! 이게 내가 누나한테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마움의 표현이니까..
외출복을 입으며 여러 생각들을 하는 사이
막둥이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곧 도착하니 나오라는 말을 듣고 엉거주춤하며 신발장 앞에 있는 의자에 앉은 뒤 신발끈을 조여매고 현관 앞에 걸어놓은 지팡이를 짚었다.
오른쪽 어깨가 아프니 오늘은 왼손으로 짚고 다녀야지
비상등이 켜져 있는 막둥이 차에 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차가 지저분한 건 여전하네..
속으로 생각하며 막둥이한테 말을 걸었다.
“막둥이 차 바꾸고 처음 타보네~“
“그래? 배고프다 오빠! 사이드로 탕수육도 시켜서 나눠먹자!”
창밖으로 현수막이 힘차게 펄럭거리는 걸 보고
겉옷 안에 긴팔티 말고 목티로 입길 잘했다 생각하는 사이에 중국집에 도착했다. 여기는 짬뽕 맛집이다.
최대한 출입문과 먼 곳으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짜장면 하나랑 차돌짬뽕 하나랑 탕수육 소자 주세요”
막둥이는 고민 끝에 짜장면을 먹는다 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막둥이가 오늘 백화점에서 산 옷들을 얘기했다. 셔츠와 카라티 그리고 장갑까지 총 33만 원
점심값 계산도 막둥이가 한다고 했는데..
커피값은 꼭 내가 사야지 생각하며 수저를 세팅하고 물컵에 물을 채웠다. 음식이 나오고 우리는 서로 먹기 바빴다. 탕수육이 몇 점 안 남았을 때서야 막둥이가 말했다.
“다 먹고 인생네컷?! MZ 국룰이야~“
내년에 결혼을 앞둔 막둥이인데 내 눈엔 아직 너무 귀엽다.
“오빠 선크림 안 발랐어”
같잖은 핑계를 대면서 귀찮다는 걸 돌려 말하고 남은 탕수육을 먹고 나서 계산대로 갔다.
“막둥아 잘 먹었어”
비참하지만 이게 내 업보로 인한 결과이고 현실이다.
나는 장애인 일자리 시간제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주 20시간 근무를 한 달 채우면 94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장애인이 된 나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가까운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테이크아웃하고 집으로 가는 중, 죠지의 노래와 막둥이의 목소리가 겹쳤다.
“오빠 그럼 내년에도 똑같은 곳에서 일하는 거야?”
“응, 근데 시간만 달라 내년부턴 오전에 근무해. 9시부터 13시 30분까지 “
8시간 전일제로 일하고 싶어 신청을 전일제로 했는데 아쉽게 탈락했다. 점수가 미달인 모양이다. 어떤 식으로 점수를 매기는지는 모르나, 아마 내 생각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장애인 분들이 전일제를 하는 거 같다.
“그나저나 막둥아, 오빠 오후에 할 수 있는 알바를 한번 구해볼까? 오전근무라 퇴근하고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알바를 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
“오빠 근데 알바 구하기 힘들걸? 있어봤자 설거지알바정도인데..”
그건 오빠 지금 몸상태에선 하기 힘들잖아라고 말하려 하는 걸 참는 모습이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빠 글 한번 써볼까?”
세상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막둥이는 대답했다.
“글? 책을 내겠다고?”
“응”
이번엔 막둥이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대답했다.
“오빠, 소설 쓰지 마 “
막둥이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죠지의 노래를 마저 감상하며 집에 도착했다.
양치를 하며 나는 생각했다.
그럼 소설 말고 에세이를 써볼까?
꽁꽁 숨기고 싶었던, 아니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그날의 일들을.
글쓰기엔 재능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