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다리도 가벼워진 날
평소와 다른 진동의 떨림이었다. 문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뭔가 느낌이 좋았다. 휴대폰 잠금을 풀고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배송완료.”
치료실 들어가기 전에 있는 오르막길을 워커에 기대다시피 해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치료실에 들어온 나는 급하게 팀장님을 찾고 있다.
저 멀리 코끼리자전거(재활기구) 주변에 계신 것을 확인한 후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지팡이 왔는데 이따가 팀장님 시간에 지팡이로 한 번 걸어봐도 될까요?”
“빨리 왔네요. 이따가 가져와 보세요.”
병원에 상주하고 계시는 이동기사님께 택배를 병실에
옮겨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병실에 들어와 택배상자 안에 있는 지팡이를 꺼낸 뒤 내 키에 맞게 조정을 하고 있다.
와. 드디어 지팡이로 보행하는 날이 온 건가?
멀게만 느껴졌던 날이 드디어..
병실 안 화장실까지만 걸어가 볼까 하다가 다시 앉았다. 혹시라도 중심을 잃어 낙상이라도 하면 큰일이니.
하루의 마지막 재활치료 시간이자 기다려왔던 팀장님과의 재활치료시간.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마치고 발목보조기를 채우고 신발을 신고 있다.
“처음 워커로 걸었을 때 보다 더 떨려요.”
당연하다는 제스처와 함께 팀장님께서
“우선 지팡이 짚고 일어나서 1분 동안 서있어 봅시다.”
안전장치의 도움 없이 기립기에 서 있는 재활을 오랫동안 해 와서 그런지 지팡이를 짚은 상태에서 중심을 잡는 건 너무 쉬웠다.
한 발씩 걸어보자는 팀장님의 말과 함께 천천히 오른발부터 들었다.
발목이 안 움직이지만 그래도 디딜 때 발 뒤꿈치부터 디디고 발가락까지 차례대로 옮긴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다.
발을 앞으로 뻗으면서 짚고 있던 지팡이도 같이 들어야 하니 무게중심이 살짝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워커로 걷는 거는,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양쪽 손잡이를 잡고 걷는다고 하면.
지팡이로 걷는 거는, 걸을 때마다 잡고 있던 손잡이를 하나씩 놓으며 걷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치료실 한 바퀴를 돌고 재활배드에 앉았다.
워커보다는 확실히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손을 움직이면서 걷는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다.
휠체어에서 워커. 워커에서 지팡이.
지금은 양손에 지팡이. 나중에는 한 손에만 지팡이?!
한 손으로만 짚고 다니면 나머지 한 손으로는 걸으면서
테이크아웃 커피도 마실 수 있고
팝콘도 이제 혼자 들 수 있고
음식점에서 혼자 쟁반채 들고 자리에 앉을 수 있고
간간히 휴대폰도 확인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네^^
“병원 도착했습니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가고 있다.
워커가 아니라 빠르게 못 가고 있다.
아 워커면 마트에 있는 카트처럼 살짝 기대고 후다닥 가는 건데!ㅋ
익숙지 않은 얼굴의 한 남성분이 병원 카운터 앞에 서 계셨다. 다가가 말을 걸었다.
“보조기 업체 맞나요?”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지팡이로 걷는 모습을 본 주치의선생님께서 보조기를 경량화해도 될 거 같다는 판단을 하셨다.
항상 착용하고 있었던 보조기는 두껍고 무겁다. 심지어 다리 움직임의 유동성도 제한적이다.
쉽게 말해 발목이 처지지 않게 보조해 주는 대신 다리가 살짝 뻣뻣해진다.
그런데 이제는 발목이 처지지 않게도 해주면서 유동성도 좋아지고 무게도 가볍고 두께도 얇아진 보조기로 업그레이드했다ㅋ
몸도 좋아졌으니 보조기도 더 좋아져야지!
“앉아보세요. 제가 착용법 알려드릴게요.”
이전의 보조기는 찍찍이 형태였다면,
새로운 보조기는 다이얼 형태로 되어있어 신고 벗기가 간편했다.
보조기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가벼워지다니!
아니 잠깐만.
나 그러면 이제 특수신발 말고 일반신발 신어도 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거는 괜찮아요? 굽도 일정한데..”
주치의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사무직 근무경험은 없지만, 직속상관에게 보고하고 결제받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긴장되면서 제발 긍정적인 대답을 해 주셨으면 했다.
왜냐하면. 멋쟁이 신발을 신고 싶어서..ㅎㅎ
“네 괜찮아요. “
오케이. 주문완료!
주문한 신발이 도착하자마자 갈아 신었다.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어 한 사이즈 큰 거로 주문하니 딱 맞았다. 신발끈을 꽉 매고 일어서봤다.
오호. 느낌 좋은데?!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천천히 걷고 있다.
와..
발목에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풀은 록리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트레드밀 속도 5로 해놔도 걸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맞아. 가볍게 사뿐사뿐 걷는 게 이런 거였지.
나가서 운동해야겠다ㅋ
병원 주차장 한 바퀴를 도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다.
중심을 잃어버리면 바로 낙상이니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신중을 기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워커로 처음 걸었을 때는 복도 한 바퀴 도는데도 1시간 이상 걸렸지. 그때에 비하면 익숙지 않은 지팡이 보행으로 이 정도면 진짜 감지덕지다ㅠ
잠시 앉아서 쉬는 동안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있는 내가
쪼오금.. 멋있어 보였다ㅋㅋ(머쓱)
기념하진 하나 찍자.
여기서 더 좋아질 수 있겠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