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매듭을 짓다
케이는 가방에서 곱게 접힌 부적을 꺼냈다.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다. 네모난 건물을 그려놓은 듯한 또는 성냥개비로 쌓기놀이 고난도 단계를 그려놓은 듯한 글씨요 그림이다. 베개에, 이불에, 소지품에, 옷자락에 넣어야 한다. 케이는 한참을 바라보다 부적을 찢는다. 얇은 종이인데 결이 생겨 찢긴다. 생각보다 질이 좋은 종이인가 보다 싶다.
케이는 바람둥이들의 접근을 막는 것도 중요했고 '굿'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케이 특유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음식상과 박수가 북치고 장구치며 무당이 하얀 고깔을 쓰고 오방색 띠를 휘날리며 추는 전통의 재숫굿을 머리에 그렸다.
그렇다. 돈이 문제였던 것이다. 50만원의 간이 굿으로는 그렇게 못하는게 맞는거다. 케이는 너무도 간소한 음식상과 변변치 못한 무당의 소리와 약간의 몸짓에 닭을 한 마리 안고 있다가 던져서 놓아주는 것으로 굿을 마쳤다. 참으로 간소하게 말이다. 누군가 그랬듯이 '눈 떠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가 아니라 '눈 한번 깜짝'했더니 굿이 끝나있는 상황이랄까.
케이는 이 굿의 효험에 기대를 건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연애사에 계속 마가 끼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 성숙해지고자 하는 마음의 매듭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 방법으로 굿이란 얼마나 재밌는 이벤트란 말이냐. 그런데 진짜 간이였다. 케이의 욕심인건가? 아마도 정말 몇백을 불렀다면 당연히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을텐데 50이라는 약간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니 귀가 솔깃 했던 것이다. 그렇게 굿이 끝나고 케이는 부적을 받아왔다.
부적을 보니 케이 자신의 허망한 호기심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 무당이 미안해서 이렇게 많이 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허망한 호기심을 채우지 못했을 망정 마음에 어제와는 다른 매듭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헛돈은 아닌셈이다. 그리고 사실 부적도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마음이 바로 섰는데 이깟 색종이가 무슨 대수겠는가? 세상은 마음이 끌어가는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학교에 경관 두 명이 찾아왔다. 인근 야산에서 우리 학교 컴퓨터실에서 사라진 본체 5대가 발견되었다. 본체를 옮길 때 사용했던 리어카도 옆에 있었다고 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1학년 남매다. 얼마전 호적이 생겨 입학한 남매말이다. 내년엔 그 남매를 어떻게든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월반시키겠다고 교육부에 탄원하고 문의하기를 반복하며 쉴 틈 없는 S선생님은 이제 경찰서와 애들 의붓아버지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한다.
케이는 S선생님을 보며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