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큰 바늘귀는 어디로 사라지나

<나이 먹는 내 모습 바라보기>

by 찌녕

"뇽아~~"

할머니가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실 때가 있었다. 무슨 큰 일인가 싶어 동동 달려가 보면 안경을 콧등까지 내려쓴 할머니는 바늘과 실을 내게 내밀었다.

"이것 좀 끼워 다오."

바늘귀와 실의 끝이 너무나 잘 보였던 나는 단번에 바늘귀에 실을 끼워 할머니에게 드렸었다. 내 움직임을 보시던 할머니는 늘 중얼거리셨다.

"눈 좋아 좋겠다."

당연히 다 보이는 걸 뭐가 좋겠다는 건지, 할머니는 왜 그렇게 안 보인다고 하는 것인지 그때는 몰랐다. 설마 내게 뭔가 시키시려고 자꾸만 부르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괘씸한 생각도 들었었다.

그 생각이 나서, 처음 바늘 귀가 아른아른거렸을 때 딸을 부를 수가 없었다.

실 끝에 자꾸만 침을 묻혀 뾰족하게 만들고, 바늘귀가 있을 법한 곳으로 천천히 움직여서 끼우기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두세 차례 만에 성공했다.

'그래, 아직 내 눈 괜찮아.'

바느질을 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그 생각 그대로 한참을 지냈다.

그런데, 두 세 차례면 충분했던 그 시도가 열 번을 넘어가게 되었다. 바늘을 이리저리 돌려보면 그 귀가 뚫린 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곳에 실을 넣으려고 하면 어느 순간 그 뚫렸던 귀가, 무슨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문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돋보기를 쓰면 그 귀를 아직은 잘 볼 수도 있겠지만, 귀찮기도 하고 한번 돋보기를 쓰면 계속 써야 한다는 말에 최대한 미루고 싶기도 해서 안경 없이 바늘을 잡는 고집을 부렸는데 이전 역부족이다.

"제이~~"

어쩔 수 없이 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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