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게 남은 알

<나이 먹는 내 모습 바라보기>

by 찌녕

"엄마는 갱년기야!!!"

딸이 중학교에 가면서 그 험하디 험한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내가 '나 사춘기란 말이야!' 하는 딸아이의 반항을 향해 맞불을 놓았다.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의 대결구도로 만들려고 했다. 누군가 했던 말처럼 갱년기 아줌마는 미친 X이 따로 없게 통제 불능이라 건드리지 않는 게 최선이니 사춘기인 딸도 그쯤에서 히스테리를 멈출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던진 말이었다. 평소 틈틈이 갱년기 여성에 대해 의학적 지식으로 포장을 해서 '갱년기 엄마는 건드리지 않는 게 최상이다'는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기 때문에 처음 몇 번은 성공했다.

하지만 그 외침이 10년 넘게 이어지니 완전히 양치기 소년의 '늑대다!'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늑대다'가 생겼다.

"나 이제 알이 없나 봐!"

남들에 비해 비교적 어린 나이인 12세부터 생리를 시작한 나는 임신과 수유기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차례도 그 주기를 어긴 적이 없었다. 언제나 28일 주기로 따박따박 고통과 귀찮음을 치러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주기가 '턱 살' 같아졌다.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신경 써서 거울을 보면 '앗!' 하는 외침이 절로 날만큼 티 나게 늘어져 있는 나의 턱 살처럼, 생리 주기가 늘어졌다.

"나 이제 알이 없나 봐!"

생리가 늦어지니 나는 폐경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남편과 딸에게 더 이상 내 몸이 난자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알렸다. 그러나 그 말을 던진 지 며칠 만에 나는 또 피를 보았고 "아직 알이 남아 있었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없던 알이 생기고, 다시 없어지는 주기 역시 늘어졌다. 52세 생일을 지나는 순간 생리를 한 달씩 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쪽 난소에는 이제 알이 더 이상 없는 게 확실해."

다음 달을 기다려야 한다. 나머지 난소도 이제 생산 능력을 잃었는지 확인하면 드디어 "나 알 없어!"를 외칠 수가 있겠지. 아직 20대 초반의 한창나이인 딸은 그 지긋한 고통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며 파티를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나도 번거로움이 사라지니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언니들이 알려준 대로 폐경 이후에 찾아 올 몸의 변화가 약간은 겁나기도 하다. 여성 호르몬 분비가 현저히 줄어들면,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여러 징후들에 더해 뭔가가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또 외치게 될 다른 '늑대다!'가 있을까? 딸과 남편은 또 나의 '늑대다!'에 속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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