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0월의 기록
茶宵錄 | 다소록
차의 향과 밤의 고요함처럼,
마음의 한 부분이 조용히 남겨지는 순간의 기록.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감정의 숨결을, 다소록히 담아둔다.
넌 나에게 가랑비 같은 사람이었어.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스며들어 내 마음을 적시는 사람.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고, 결국 흘려보내야만 하는 사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네가 머물렀다는 감각만 남아 있어.
어느새 스며들어 내 몸과 마음을 무겁게 적셨지만
결국엔 씻겨 내려가 버렸지.
그 빗물은 나를 채우지 못한 채 흘러가 버렸어.
그저 조용히 내려와, 그리고 멀어졌지.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그건 네가 남긴 빗물과는 달랐어.
너의 빗물은 나를 적셨을 뿐,
다시 채워주지도, 머무르지도 않았거든.
그럼에도 나는 너를 많이 좋아했어.
언젠가 농담처럼 말했었지.
“우리, 볼 때마다 비가 오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밝은 햇살 아래서 너와 얘기해 본 적이 없어.
넌 햇살의 맑은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내게 존재하지 않아.
우리가 만날 때마다 비가 왔었지.
그래서 비가 내리면 아직도 가끔 네가 떠올라.
그날, 너는 그렇게 말했어.
“나는 네가 만난 사람들 중 제일 강렬한 사람일 거야.”
가랑비처럼 서서히 내려온 너의 존재가
이렇게 깊게 남을 줄은 몰랐어.
강렬하지 않았던 너는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어.
그 계절의 냄새처럼,
그 기억이 아직도 조용히 스며든 채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