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소리쳐, 네가 내 주인은 아니라고
가수 아이유를 참 좋아한다. 음악으로 표현되는 그녀의 색깔과 가끔 방송에서 보여지는 가치관이 참 매력적이다.
한 영상에서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떻게 푸냐’는 질문에 아이유 님이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해요. 그 기분에 진짜 속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 안에 내가 바꿀 수 있어’라며, 설거지를 한다던지, 소포를 뜯는다던지 한다는 것이다.
주말에 문득 이 말이 생각났다. 마침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주말이 또 이렇게 가는건가 나지막히 한숨이 나오던 찰나였다. 그 때 딱, 이 말이 생각난 거다. 나도 한 번 해볼까?
바로 몸을 움직였다. 일단 청소기를 들었다. 그렇게 더러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청소를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거실장 위, 공기 청정기와 스탠드 조명 위의 먼지도 닦아 주었다. 은근히 금방 먼지가 쌓인단 말이지. 쓰레기를 꾹꾹 눌러담고,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화장실 쓰레기까지 모아서 이참에 버리기로 한다. 쓰레기를 들고 밖에 나가니, 오늘 해가 뜨긴 떴구나 새삼 느껴진다.
청소를 마치고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한다. 얼마 전에 드립 커피 맛있게 내리는 법을 유튜브에서 배워서, 열심히 따라해본다. 물 온도는 조금 낮게, 커피 원두를 충분히 적셔 준 다음, 수위를 맞춰 물을 붓고, 마지막에 티스푼으로 저어준다. 얼음을 다섯개 넣어 식혀주고, 다시 얼음 담긴 투명한 컵에 쏴-아 부어주면, 맛있는 커피 완성! 기분 좋게 책을 열어 커피와 함께 잠시 독서를 한다.
몸과 마음과 생각은 연결되어 있다. 온갖 고민으로 생각이 많아지면 몸의 에너지가 금방 축난다. 몸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마음이 눅눅해지고 울적해진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아무 생각도 하기가 싫어진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음으로 인해 다시 몸은 늘어지고, 이렇게 반복.
하지만 이 중에서 하나라도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생각이 많을 때, 잠시 밖에 나가 산책하며 몸을 움직여주면 리프레쉬가 되는 것처럼. 울적해지려는 순간, 재밌는 소설책을 집어들고 몰입하며 읽으면 아까의 그 기분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너무 피곤한데, 사랑하는 사람이 근처에 왔다고 하면 기분 좋게 일어나 마중을 나가는 것처럼.
몸을 자주 움직여줘야겠다. 마음을 바꾸거나 생각을 그만 두는 것보다 쉬운 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저 움직이면 되니까. 그러고 보면, 이렇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