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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Aug 22. 202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 조던B.피터슨, MAVEN

삶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인간은 나약하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자, 그 사실을 잘 아는 유일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내재한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 줄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14쪽)


삶이 너무 고통스럽다-까지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왜 살아가는지,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때때로 힘든 사람들.


인생에는 그러한 혼란스러움을 해결해 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 해결책을 찾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내 인생의 방향은 내가 정해야 하지만, 그 방향을 스스로 정할 만큼 의욕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계를 이어가느라 모든 에너지를 써 버렸고, 지친 하루 끝에 나 자신에게 쏟을 시간과 체력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는 도움이 필요하다. 떠 먹여줘야 먹을 수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힘이 나면 또 내가 알아서 먹고 더 건강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도움을 줄 만한 가이드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조던 피터슨이 제시하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그런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학문적인 깊이가 굉장하지만, 법칙 하나하나가  따뜻하다.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가지   번째 법칙만 공유하고 나머지는 책을 읽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려고 한다. 도움은 필요해도, 어쨌든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니.  가지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첫 번째 법칙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는 것이다. 여기엔 단순히 정신적 효과가 아니라, 신경 화학적 효과가 있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옥토파민 수치가 낮은 바닷가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으스대며 걷는다. 실제로 세로토닌은 바닷가재의 몸을 유연하게 만든다. 유연한 바닷가재는 부속 기관들을 쭉 뻗어 더 크고 무섭게 보일 수 있다. (29쪽)


따라서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당신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56쪽)


살다 보면 주눅들 때가 많다. 금수저다, 흙수저다, 이런 말들을 듣다 보면 내 처지가 초라해보이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계속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나를 초라하게 취급할 권리는 없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귀한 존재로 여기고 당당해져야 한다. 뭐 어쩔건데, 네가 날 알아? 조금 싸가지 없어 보여도 상관 없다. 내가 내 할 일을 잘 하면서 조금 건방진 것이 예의 바르게 내 할 일을 못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렇게 당당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점점 더 좋아진다. 상대방은 함부로 내 권리를 침해할 수 없게 된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취한다면, 실제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은 오히려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화 내는 것을 억지로 참고,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나도 한 때 '착한사람' 병에 걸려 고생했던 적이 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의 습관이 남아있는 것 같긴 하지만. 착한 딸로 살려고, 착한 친구로 살려고, 남에게 맞춰 주고 내가 먼저 이해해주고 미안해하며 살았던 날들이 있었다.


학창시절엔 언니나 오빠가 부모님에게 요구하는 게 많으니,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취미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꿈과 내 꿈을 적당히 섞어서 대학 입시를 결정하려 했고, 어정쩡한 점수에 이도저도 아닌 학과에 진학해버렸다.


돌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모님도 나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었으니까. 차라리 내가 원하는 걸 강하게 주장하고, 내 고집대로 살았더라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에 가고서도, 나는 반항할 용기가 없었던거라고 나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내 생각이 내 인생의 첫 번째 기준이 되고, 내 마음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더라면.


그래서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는 이 조언이 너무나도 고마웠고, 공감이 되었다. 착하게 사는 것의 반대말이 남에게 민폐끼치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내가 행복해야 내 주변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 기쁨으로 한 희생이 아니라면, 결국에는 원망 밖에 남지 않는다. 내가 기꺼이 헌신할 수 있을 때, 그 때 내 것을 내어주어도 늦지 않는다. 그 전까지는 담대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자꾸 잊어버리는 이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흔들리지 말고 똑바로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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