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안개처럼 생각이 멈추지 않는 중에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서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생각이 많다.
내 기억이 닿는 한 초등학생 때부터 원체 생각이 많았다.
자기 전에는 항상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을 가장하는
망상을 떠올리다 잠들었으며,
어릴 때부터 한 시도 머릿속이 쉬지 않고 생각들로 가득 찼던 것 같다.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
어디선가 뿌연 안개처럼 피어올라
머릿속을 어느샌가 가득 채우고 있다.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남들은 다 동그란 삶을 살고, 나는 세모난 삶을 사는 것 같다.
물론 이제 와서 되돌아보자면
남들의 삶을 다 알 수 없지만,
나의 삶이 순탄치 않음을 그때부터 직감한 것은 아닐까.
항상 삶이 고달프고 자주 우울감에 빠졌지만,
진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참으로 미련하게 남의 눈치는 많이 보면서 정작 나의 감정에는 둔해서,
뒤늦게서야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힘듦이 발현되고 나서야 병원 문을 두드렸다.
그때부터 시작된 무력함과 고난의 시간.
힘들고 견디기 어려워질 때마다 일기에 대고 그 어려움을 쏟아냈다.
그런데 문득 최근,
나의 일기를 돌아봤다.
참으로 안쓰럽더라.
가장 슬펐던 건, 바닥 아래 침잠해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쏟아내도
그 안에서 먼지 한 톨의 희망이라도 찾고 싶어 하더라.
그게 참 안쓰럽고 슬펐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찾던 희망 한 톨을 찾아 나서기 위해.
물론 아직도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운 안개 같고 세상이 다 부정적으로 보이고,
내 글도 역시나 부정적이고, 철없는 떼를 쓰는 아이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글의 끝에는 끝까지 놓지 않는 희망 한 터래기라도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