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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환자임을 인정하기1

우울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와보니 환자였던 이야기

by 딜피

회사 선배가 업무의 연장선이었던 자리에서 시비에 휘말렸다.

현장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같이 일하던 팀원이었던 나와 A 팀장은 날벼락을 맞았다.

당사자 대신 사과를 하러 다니고,

여러 차례 사건을 소명해야 했다.

결국 팀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괘씸죄로

팀장은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아 몇주간 돌아오지 못했고,

당사자는 팀을 옮겼다.


그 당시 나 또한 이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며 충격을 받았다.

아무 죄 없던 팀장에게 이루어지는 회사의 폭력이,

그 정당하지 못한 처분에 대해.

다시 한 번 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고,

나는 그럼 무엇을 위해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가 회의감이 나를 잠식했다.


그러나 구성원이 세 명인 팀에서

팀장도 없고 선배도 없으니

나 혼자 모든 일을 해야했고,

나 또한 팀을 옮긴지 반년된 시점이라 미숙했기에

애를 써가며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


그 사건이 8월이었고,

가을 내내 돌아온 팀장과 함께 다시 정상궤도로 일이 돌아가게끔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11월, 결국 나는 정신과를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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