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와보니 환자였던 이야기
처음 병원까지 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만큼
증상이 심해졌던 건 23년 11월.
여름에 있었던 충격적인 일 때문에
내 안에 무언가가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감정을 인지하는 데에 있어서 둔했기 때문에
그냥 기계적으로 회사에 출퇴근했다.
일도 너무 바빴고,
일에 있어서는 알 수 없는 승부욕이 있어 허투루 하고싶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된다.
그러면서 울분이 내 안에 쌓였나보다.
점점 일을 하게 되는 의미를 모르겠고,
직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시비에 휘말렸던 그 자리,
업무의 연장인 그 자리는 이 직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불려가야하는 자리라서.
그 시비의 당사자가 내가 될 수 있었다.
인사팀에 면담을 수 차례 신청했으나
직무를 바꿔줄 수 없다는 답만 앵무새처럼 되풀이되었다.
"딜피님을 원하는 팀이 없어요."
"사내 공모에 지원하세요."
"이렇게 빈 자리가 있는 팀을 알아봐드리는 것만으로도
인사팀에서는 딜피님에게 큰 혜택을 드리고 있는 거에요"
와, 골때리게 하는 답변때문에 안그래도 답답한 사람 마음에 불을 질렀다.
사내공모에 떨어져서 다시 인사팀을 찾아가면,
"그 팀에서 찾는 능력이 딜피님에게는 보이지 않아서요"
"저희가 혜택을 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라며 속을 긁어대 결국 인사 담당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수화기에 대고 소리지르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는 새처럼
매일 마음을 죽이고 있었으니 멀쩡할 수가.
이제 이 마음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답답한 마음에 앉아서 근무하면서도 소리지르고 싶고,
매일 감정을 주체 못해 화장실에 가서 울다 나오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실제로 가슴 어딘가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너무나도 늦게,
이제 진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