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와보니 환자였던 이야기
좋은 몸매도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운동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그러니
꾸준히 운동해왔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거나 혼자 웨이트를 했다.
신체적인 증상은 감정 조절이 안돼서
눈물이 나오고 숨이 가빠오고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의지조차 생기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 느껴지는 신체적 힘듦이
이제 고통으로 느껴져 끔찍했다.
PT 수업을 50분 받아야하는데
20분이 지나면 이제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이 운동을 시키는 선생님을 향해 울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나 좀 그만 괴롭히라고.
수업 끝나고 혼자 좀 더 운동을 하고 오던 것도 못하겠고,
이제 운동을 하러가는 시간이 끔찍해졌다.
정말 뼛 속부터 골수가 다 빠져나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모든 기력이 사라졌다.
아, 이제 정말 병원을 가야하는 구나.
그러나 유명하다는 병원은 진료만 한 달을 기다려야했고,
너무도 급한 마음에 검색 후
당장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을 갔다.
그 때 몰랐던 건,
병원은 상담이 목적이 아닌 약 처방과 증상 완화가 목적이다.
사실 앞서 심리상담도 다녔던 적 있지만
그냥 내 마음을 고쳐먹으라는 얘기 뿐,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맞는 말이다.
내 스스로 마음을 고쳐 먹어야
지옥도 천국도 내가 선택하는 것.
희망적인 소설이나 드라마라면,
심리 상담 후 주인공은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생활을 향해 나아가겠지만.
실제로 호르몬과 뇌피질의 문제로 우울증의 과정에 들어서게 되면
모든 의지가 사라진다.
그 어떤 것조차 실행할 의지가 사라지고,
마음을 고쳐먹을 의지조차 들지 않는다.
그렇게 방문한 병원에서 사무적인 선생님을 통해 약을 처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