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잠식해가는 일상의 단상
쓸데 없는 다짐들
끝없이 다짐한다.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계속해서 걸어놓는다.
그리고 그냥 걸어 놓은 것만으로도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갖는다.
그리고 다시 지키지 못한 다짐들의 흔적들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패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운동하기, 영어 공부하기, 자격증 따기 등 여러 다짐을 세우고 실제로 교재를 사거나 운동 등록해놓고
한 번도 펼쳐보지 않거나 가지 않았다.
예전에는 최소한의 자책감이라도 들었으나 이젠 "어쩔 수 없지" 라며 죄책감 마저 느끼지 않는다.
그럼 다짐을 안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다짐만이 내 인정하기 싫은 바닥의 인생을 잊고
그나마 위를, 앞을 바라보며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기에
또 얼마나 의지가 박약한 사람인지를 잊고 다시 덧없이 다짐을 한다.
생각을 하지 않고 움직이라는 말은 상담
선생님이나 엄마가 매일 하는 말이지만,
그게 제 맘대로 되었다면 제가 이렇게 우울함에 몸부림치며 끝없이 괴로워하고 있을까요.
행복까지도 바라지 않고,
다짐이나 이상한 희망찬 공상없이
그저 평온하고 현재에 집중한 안온한 일상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열매일까.
오늘도 과거의 내가 쓸데없이 다짐해 큰 돈을 지불하고 약속해 놓은 운동을 하러 간다.
그러나 어쩌면 그 수많은 헛된 다짐 끝에
귀찮기만 한 이런 강제적인 약속이
최소한의 나를 유지하고 있는 장치 아닐까.
앞으로도 헛된 다짐들은 계속해서 쌓이고 모래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또 다짐하게 된다.
내일은, 다음주는 더 잘 살아낼거라고.
헛된 다짐들임을 알면서도,
어쩌면 계속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아직까지 지탱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드는 이런 마음들이.
나도 모르는 숨겨진 이 마음이, 아직까지는 잘, 살고싶다고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서도 버텨내는 작은 구멍뚫린 암초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