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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29. 2024

언제 다시 이 서점에 갈 수 있을까

우도 '밤수지 맨드라미'


퇴사 후 홀로 떠난 제주 여행. 이전 직장에서의 비인격적인 처사, 상처, 보람, 추억 등 모든 걸 떨쳐버리고 싶었다. 제주의 옥빛 바다는 마음을 씻겨주었고, 제주의 푸른 바람은 가슴에 묵은 먼지를 날려주었다.


제주에서의 하루하루는 여유롭고 충만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자유롭게 걷고, 잠시 쉬고 싶으면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바다를 보며 차를 한 모금, 그러다 책을 꺼내 읽다가,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제주의 많은 장소와 공간들이 기억에 남지만 굳이 한 곳을 꼽으라면 우도의 '밤수지 맨드라미'를 얘기하겠다. 우도의 유일한 서점 '밤수지 맨드라미'. 어감은 보드랍고 예쁘지만, 검색하면 '해계두목 곤봉바다맨드라미과의 자포동물. 군체는 납작한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라는, 다소 기괴하고 무서운 설명이 나오는 밤수지 맨드라미.


서점에 들어서니 고요가 나를 고요히 감싸 안는다. 잠시 시간이 멈추었고, 살며시 속삭이듯 노래하는 어느 여가수의 잔잔한 목소리게 귀에 스며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마치 우주인처럼 서가와 책들 사이를 유영했고 서점의 풍경들을 몸과 마음과 머리와 기억에 담았다. 정성스럽게. 오래오래 떠올릴 수 있도록.


서점 '밤수지 맨드라미'


언제 다시 또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2년 전처럼 홀로 다시 찾고 싶기도 하고, 가족들과 이 공간의 오롯함을 함께 공유하고 싶기도 하다. 홀로든 누군가와 함께든, 계속 서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바라며, 언젠가 다시 찾게 될 그날을 꿈꾼다. 그게 올 여름 휴가 때였으면 좋겠다.







(서점 '밤수지 맨드라미'에서 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정밀아'라는 아티스트였다)


https://youtu.be/MAGZ-SLjBO0?si=bf0eHz4pRFssg-RE

* 정밀아 - 춥지 않은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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