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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r 07. 2024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건

숨겨둔 오솔길 그리고 카페



그대,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시를 알고 있는가. 맞다. 교과서에서 은유를 설명할 때 나온 바로 그 시다. 나는 대청호라는 호수를 바라보며 비로소 이 시의 의미를 체감했다. 바다와 다르게 호수는 잔잔했다. 잔잔하다 못해 아예 멈춰 있는 듯 싶었다. 고요함 속에 마음의 부산물은 가라앉는다. 평온함이 살며시 깃든다.


마음이 복잡할 때, 고요함 속에 걷고 싶을 때, 나는 이 오솔길을 찾는다. 걷다가 만나는 쉼터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마음을 잠시 누인다. 편안하게, 마음에게 잠시 낮잠을 자도 좋다고 속삭인다.



네이버 지도에는 이 오솔길의 시작점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네비게이션에 대청호 카페 '담'을 검색해 보자. 실제로 가보면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호수를 향하고 있는 공터 주차장이 나온다. 그곳에 주차하고 호숫가로 내려가면 오솔길이 보인다. 그 오솔길이 나의 숨겨둔 명상의 길이자 마음 비움의 길이다. 브런치 글벗들에게 이번에 특별히 공개한다.




오솔길엔 사람이 한적해서 그런지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카페를 들어가야 한다. 나는 카페 '담'을 주로 간다. 카페 2층에 가면 탁트인 호수뷰가 보인다. 날씨가 따듯할 땐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 한 모금, 풍경 한 모금. 거기에 책 한 권이면 나는 더 바랄 게 없다.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우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물게 하오


이제 바람이 불면

나는 또 나그네와 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_ 김동명 (1900-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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