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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Mar 28. 2024

고요와 침묵의 피난처


고요와 적막 속에 침잠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이 번잡할 때. 산만함이 지속될 때. 신경 쓸 게 산더미라 과부하가 올 때. 하루하루가 덧없고 고되다 느껴질 때.

 


그렇지만 어딜 가든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통 조용한 곳이 없다. 아, 도서관이 있구나. 스터디 카페도 있지. 그르치만 이런 조용한 공간에서도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면. 바로 홀로 있는 시간이 필 거라고 나는 진단한다. 고독과 적막, 깊은 침묵이라는 처방을 스로에게 내린다. 그리하여 소음과 번잡함에 마음이 지친 나를 위해 이곳 찾는다.



아, 지금도 나는 고민한다. 여기를 이렇게 만방에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의 숨겨진 이 피난처를 이리 오픈해버리면 이곳 특유의 고요와 고독이라는 공간력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여.



그러나 나도 선물처럼 이 공간을 발견했음을 밝힌다. 그리하여 친애하는 나의 브런치 독자들에게도 선물처럼 나누는 것이 마땅할 터. 부디 홀로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도가 필요한 나의 글벗들에게 또 하나의 안식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고요와 침묵의 공간을 소개하는데 서론이 길구나. 말이 많구나.  



학봉교회 _ 김이안


학봉교회. 먼저 나는 이 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언제든 이 안으로 들어가서 고요와 침묵 속에 거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회 본당을 언제든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개방하는 곳은 드물디 드물다. 당연한 일이다. 안전과 분실 사고 예방을 고려한다면. 그럼에도 학봉교회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고요와 홀로 있음의 공간을 애타게 찾는 이들에게 기도처를 제공한다.



그래서 종종 나는 무명으로 헌금을 드리고 온다. 고요와 침묵 속에 머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덕분에 한결 평안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감사의 마음을 담는다. 다시 한 번 학봉교회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나 묵직한 나무문이 오늘은 잠겨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러나 찾을 때마다 문은 스르륵 열리고 그렇게 나는 품에 안기듯 고요함 속으로 들어간다.

 


침묵의

바다 속으로

나를 밀어넣는다


사방

가득 메운

침묵 속에

괴로워하는 나


요동치는 

산만함과 부산함을 

이기지 못하고

익사할 때 즈음


새로운

숨통이

트이고


나는

한 마리

물고기 되어


유유히

자유롭게


침묵의

바다 속을

그렇게


<침묵의 바다> _ 김이안



이 공간을 나는'침묵의 바다'라 부른다. 고요와 고독과 침묵이 필요한 그대에게 학봉교회가 쉼터와 기도처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곳에서 조용히 자신과 대면할 수 있기를. 산만한 부산물들을 잠시 가라앉히고 평온함을 느낄 수 있기를. 그렇게 위로와 힘을 얻고 한결 단단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언제 찾아가도, 지친 당신을 하나님이 가만히 안아주실 것이다. 따스한 그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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