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소소하고 성실하고 충만하게

by 김이안


일단은 영화를 보며 영화 <패터슨>이 떠올랐다. 자기의 일상을 성실히 살아내면서 그 안에서 소소한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영화<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의 노년 버전이라고도 얘기하는 평들이 있는데 공감한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일상은 이렇다. 옆집 할머니의 빗자루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아침 햇살을 보며 미소를 짓고, 화분의 식물에 정성껏 물을 준다. 싱크대에서 양치질하고 점잖게 기른 콧수염을 다듬는다. 출근복을 입고, 집 앞 자판기의 캔 커피로 잠을 깬다. 운전을 하면서 카세트테이프 음악으로 기분을 충전한다. 그리고 도쿄 시내 곳곳의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정성을 들여 청소한다.


화장실을 이렇게 정성껏 청소하는 부분이 이상하게 힐링이 됐다. 이게 뭘까. 그냥, 누가 보지 않아도 자기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성실히 하는 그 모습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린달까.


퇴근 후 그는 목욕과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씻는다. 그리고 동네 책방에서 산 책을 밤에 잠들기 전 읽는 게 그의 중요한 루틴 중 하나다. 마치 <패터슨>에서 패터슨이 하루 중 틈틈이 시를 쓰는 것처럼.


그의 일상을 잔잔히 지켜보는 게, 그저 영화는 이런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 그게 뭔가 마음에 묘한 울림을 준다. 물론 중간에 히라야마의 일상이 조카의 방문이라든지, 새로운 인물을 만난다든지 해서 조금씩 변화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큰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어쨌든 매일매일 주인공의 정해진 루틴에서 오는 소소한 만족감과 즐거움. 그리고 같은 하루 같아도 조금씩 조금씩 다른 순간순간들. 그런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가 퍼펙트 데이라고, 그 자체로 완벽한 하루들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에서 주로 전달하는 메시지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_ 히라야먀


결국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라는 것.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웃으면서도 우는 것 같고 울면서도 우는 것 같은 롱테이크 장면. 마치 어떤 '시'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듯 누군가는 이 장면이 그의 규칙적 루틴이 그동안 불안으로부터의 자기 방어 같은 것이었는데 억눌러왔던 감정이 넘쳐 나와서 그런 것이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매일 큰 변화 없이 루틴대로 살던 히라야마가 조카가 방문하고,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복합적인 감정들(슬픔, 기쁨, 후회, 감사, 절망, 환희)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자기도 모르게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복받쳐 올라오는 표정이랄까.


어쨌든 하루를 다시 미소 짓는 것으로 시작한 주인공은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웃으면서도 뭔가 감동을 느끼면서도 슬픈 표정을 짓는데 이게 바로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눈물과 웃음과 회한과 안온함과 절망과 희망이 교차되고 버무려진 것.


주인공 히라야마는 오늘도 자기 나름의 퍼펙트 데이즈를 이어가기 위해 성실하게 진심을 담아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할 것이고, 퇴근 후에는 깨끗이 목욕을 하고, 밤에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행복이란 뭘까. 자신의 일상을 아끼고 정성껏 돌보면서 순간순간 감사와 기쁨을 느끼고, 후회 불안 같은 것도 역시 일상과 인생의 일부로 인정하며 사는 것 아닐까.


그러니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잘 가꾸면 된다. 히라야마가 화장실을 정성껏 청소하듯. 밤에는 기 영혼에 물을 주듯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듯. 그렇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 오늘에 충실하자. 하루를 살고, 순간순간을 살자. 충실하게. 애틋하게. 성실하게. 그게 퍼펙트 데이즈, 충만한 나날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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