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가 찾아왔다.
"어우~ 형님 오랜만입니다"
학교 다닐 때 유독 넉살이 좋았던 후배.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게 언제인지 까마득함에도, 내가 서울로 왔다고 하니 한번 찾아오겠다고 했다. 처음엔 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날을 잡고 찾아왔다.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닌데, 차로 40여분 거리를 굳이 오겠다는 후배.
선생님들에게 가르쳤던 제자들이 찾아오거나, 어른들이 누가 인사드리러 찾아온다고 할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친구가 나를 보러 온다고 하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사실 후배나 나이 어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배나 연장자가 조금 어렵고 부담스러운 게 당연하다. 친구처럼 막역하기만 할 수 없고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리기도 해야 하니까. 일단 내가 그렇다. 굳이 먼저 연락을 잘 드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선배나 연장자분들에게는 어려운 감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후배가 내가 근방으로 왔다고 찾아온다는 게, 그 마음이 고맙다. 조금 색다른 결의 따듯함이 느껴진달까. 옆의 동료들에게도 은근 자랑하고 싶어진다. 나 본다고 멀리서 찾아와 주는 후배가 있다고. 그렇지만 너무 티 나지 않게 말했다.
"저는 오늘 점심, 후배가 찾아온다고 해서 따로 먹고 올게요"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학교 다닐 때는 세 학번 차이가 크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같이 비슷하게 나이 들어가는 중년의 동질감이 있다.
후배와 헤어진 후 생각한다. 나도 마음에 아직 고마움이 남아있는 선배들, 또 어른들에게 종종 안부인사 겸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물론 작게나마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잠깐의 통화가 사람의 마음에 색다른 온기를 준다는 걸 깨달았기에. 뜬금없는 안부 연락을 종종 해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기회를 봐서 직접 찾아뵐 수 있으면 찾아도 가보고.
그래, 뜬금포로 전화가 와도, 그냥 안부가 궁금해서, 생각이 나서 전화드렸다고 한다면 누구라도 기분 좋지 않겠나. 문득 대학교 2학년 때 나를 유럽배낭 여행에 같이 데리고 가준 동아리 선배가 생각난다. 작년에도 문득 내게 차 티백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던.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좀처럼 먼저 연락을 안 하는 성향이구나. 이렇게까지 썼으니, 그냥 가볍게 안부 연락드려보기.
"형~ 저에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