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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힘들고 관계도 힘들다

아무 말 글쓰기

by 김이안


오늘은 휴무일이다. 통유리 덕에 거리가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를 멍하니 내려다본다. 들려오는 음악이 조금 요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밖의 풍경들이 시원하게 보이고 의자도 나름 편안해 좀 더 머물고 있다.



지난 4일간 무거운 짐들을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 그동안 '아이고 허리야~' 하는 말은 나와는 별 상관없는 말이었다. 평소에 많이 걷기도 했고 스트레칭도 틈틈이 짬을 내어 하는 편이기에 허리 통증은 거의 못 느끼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몸을 움직일 때마다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 몸의 거의 모든 동작에 허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11월 말까지는 일해볼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과연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까.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지만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경이 되니 독서도 글쓰기도 거의 못하고 있다. 그나마 휴무일에 뭐라도 써보려 하지만 몸이 곤하고 도통 뭘 써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일도 힘들고 관계도 힘들다. 일하는 시간이 길어 고될 뿐 아니라 내게 주어진 물량을 다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몇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다 보니 이제 눈치를 받고 있다. 내일 다시 출근인데 벌써 마음이 무겁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이다.



서로 바뀐 생활패턴에 적응 중이어서 그런지 아내와도 부딪히고 있다. 서로 힘드니 이해의 폭이 줄어든다. 이런 때일수록 무엇 때문에 힘든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말도 신경 써서 해야 하건만 그게 쉽지 않다. 저녁 늦게 집에 오면 나는 나대로 진이 빠져있고 아내도 자기만의 이유로 예민해있다. 이때 한 마디의 말, 작은 행동 하나가 불씨가 된다.



어떤 게 힘든지 이렇게 풀어놓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천변 공원 길을 따라 걸었다. 선선한 가을 공기가 부드럽게 얼굴과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최고의 조합은 역시 쓰기와 걷기라는 걸 다시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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