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녁 10시 즈음 집에 오고 나면 허기가 지다. 진이 빠져 있다. '오늘은 꼭 퇴근하자마자 바로 씻고, 저녁 챙겨 먹고, 노트북 앞에 앉아야지. 뭐라고 쓰고 자야지.' 하고 아침마다 다짐하건만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머릿속으로는 빨리 후다닥 씻고, 밥 먹고, 오늘 느꼈던 것들 짤막하게라고 쓰자 - 라고 생각이 돌고 돌건만, 몸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 뉴런 하나가 끊어진 듯소파에 등을 기대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 배송 일이 업무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그래서 집에 오면 글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으로 나름 합리화를 해보려 했으나 그래도 무언가를 쓰지 못하고 자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고 영 답답하다. 하루하루가 그냥 그렇게 흘러 잊혀 가는 느낌. 뭔가 허무하고 공허하다는 씁쓸함이 마음 저편에서 배어 나온다.
사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해볼까'란 생각을 얼마 전에 하긴 했다. 보고 싶은 영상을 광고 없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이 근원적인 조건을 아쉽지만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유튜브 뮤직이 또 마음에 걸렸다. 차로 이동하면서, 또 집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못 듣는 게 영 아쉬웠다.
하지만. 거의 3주간 집에 오면 유튜브로 축구 하이라이트, 드라마 하이라이트, 옛날 개그 콘서트 영상 등을 보며 써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기에 해지를 해야겠다. 음악은 멜론 같은 음악 전용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걸로. 이렇게 영상을 보기 불편한 환경과 마찰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쓰다 보니 정리됐다. 오늘부로 한번 프리미엄을 해지하고 멀어져 보자. 과연 쓰는 시간이 조금 확보될 것인가. 관찰해보자스스로를.셀프 임상실험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