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깊은
참으로 오랜만의 브런치다. 2017년 둘째 출산 후 새벽녘 끄적이던 이후 자그마치 3년만이라니...그렇다. 난 목줄 잡고 끌어다 기사쓰라 그래도 마감 직전에서야 노트북을 주섬주섬 찾고, 오전 9시 마감 기획기사를 새벽 세시에나 울면서 시작하는, 나이 마흔이 다돼도 천성이 게을러 터진 어쩔 수 없는 한심한 인간인 거다.
그래도 또 직업이 기자라고 기록에 대한 강박은 있어가지고는 미국에 온 후에도 간간히 인스타에 일기를 썼고(인스타에 그렇게 긴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단걸 최근에 알았다) 올해는 영상을 넘 해보고 싶어 유튜브도 간간히 만들었다.
물론 제대로 하는건 아니다. 왜냐 나는 코로나 시대 아무데도 안가는 애 둘과 집에서 종일 굴러야 하고 안되는 영어로 각종 민원 및 고객센터들과의 전투를 해야하는 극한 임무를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라고 변명을 해본다)
브런치의 툴조차 생소해져 다시 기억을 더듬어야 하고, 나조차도 블로그보단 유튜브, 재생속도 1.75~2배가 익숙해질 만큼 영상에 길들여졌지만 돌아돌아 다시 브런치를 클릭한 이유가 뭘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결국 내가 찾은 대답은, 글에는 ‘다시 읽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난 한 번 본 영상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다시 들춰보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물론 옛날에 봤던 영화를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볼 때 또 다른 여운이 있지만 1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저장해놓고 다시 보는 일은 없다.
유튜브를 제작할 때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많은 유튜브 제작팁을 보면 영상은 가능하면 5분을 넘기지 말라고 한다. 나역시 이런저런 사색, 넋두리 다 삭제, 삭제하고 핵심만 남겨놓는다. 어떻게 하면 구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정보를 줄까, 쓸데없는 말을 안할 수 있을까가 유튜브 제작의 관건이다. 그러다보니 늘 숨가쁘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좋은 글은 자꾸만 다시 읽고 싶고 적어놓고 싶고 가슴을 자꾸 울린다. 영상처럼 눈돌아가는 화려함은 없지만 잔잔히 오래간다. 그래서 늘 아쉬운 느낌이 있었나보다.
또 하나, 촬영보다 10배 더 오래 걸리는 편집을 좀비처럼 밤새 완성해 올리고나면 혹여라도 얼평을 당할까 조마조마한게 유튜브다. 혹자로부터는 ‘관종’이란 얼척없는 비난도 받아야하고 말이다. 하지만 글은 얼평 걱정도 없고 글의 퇴고는 세상 막노다가인 편집만큼 어렵지도 않다. 정말 매력적이 아닐 수 없다.
주저리 주저리했지만 결국 다시 글을 쓰겠다는 얘기다 ㅋㅋㅋㅋ최근 지인 3명으로부터 딴거 하지 말고 글이나 좀 자주 쓰라는 조언? 협박? 칭찬?을 들은게 작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라디오가 없어질까에 대한 질문이 해묵은 주제지만 많은 이의 대답은 ‘NO’인 것처럼 아무리 화려하게 감싸는 영상이 판치는 세상에도 마음을 울리는 글은 당당히 제역할을 할 것이기 땜시롱. 결론인즉슨, 오늘부터 <쏭기자의 좌충우돌 미국서 살아남기>가 연재된다는 것이다!!!
많은 관심과 댓글 부탁드립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