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p21.
취약함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인간의 특징이다. 인간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취약함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취약하므로, 인간에게는 울어도 될 곳이 필요하다. 그곳을 성소라고 부른다.
p36.
누구나 인생행로에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산 그리고 산 넘어 산.
p49.
인생이란 무엇인가?
먹고 자는 사이에 짬을 내 뭔가를 하는 것이다.
혹은, 뭔가를 하는 척하면서, 하기 전후에 먹고 자는 것이다.
따라서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p50.
벌써 6월이다. 6월은 잘못이 없다.
p57.
야수가 이미 공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홈으로 뛰어야만 하는 주자는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자신의 아웃을 향해 달려야 한다. 야구 경기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p71.
냉장고는 음식이 가정 썩기 좋은 곳이다. 거기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썩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p107.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채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미하는 데서 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p120.
칭얼거리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토론하거나 논평할 때는 상대방 주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예의 바른 태도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것과 예리한 것을 혼동해서도 안된다. 그 둘은 아주 다르다.
p131.
논문 심사장에 논문 안 읽고 들어오는 교수들은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서 마늘과 쑥을 먹기 바란다.
p135.
인간은 선을 행할 정도로 혹은 악을 행할 정도로 대단하지 않다.
p141.
아이들은 뛰어나다. 다만 방치될 뿐이다.
p172.
그저께 Y가 술을 마시다가 말했다. 세상은 승냥이 떼와 양 떼로 나눌 수 있다고.
그렇지 않다. 세상은 승냥이, 양 그리고 '빡친' 양으로 나눌 수 있다.
빡친 양들이 세상을 바꾼다.
p182.
다들 강해지고 싶어 하지 않나. 강해지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다. 강해진 다음에 상대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용서함으로써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