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5일

신이 외면한 순간

by 수하

연휴 동안 앓았다고 했다. 열이 오르기도 했지만 내리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세배도 하고 밥도 잘 먹었다고 했다. 아이 셋을 키워 낸 그가 그 정도 감이 없었을까.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야무진 사람이었다. 그의 집엔 어떤 물건도 허투루 놓인 적이 없었고, 아이들 몫의 용돈까지 차곡차곡 모아가며 알뜰히 살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아이 셋 모두를 모유로 키워 내며, 자기 몸을 갈아 넣듯 길러 낸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그런 사람이었다.


신은 그런 그를 버렸다.

죽을 때까지 이어질 고통을 생각하면, 그건 버린 게 맞다.


신이 외면한 순간을 마주하고서야 알았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순간을 신이 도와 넘겨왔다고. 확실한 건, 우리 가족은 앞으로 그 모든 순간마다 삶을 의심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그 의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


원래 좋아하지 않던 계절이었다. 앞으로도 좋아할 리 없는 계절이다. 긴 어둠이 지나고, 하루빨리 봄이 와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던 그런 음울한 계절이었다.


아침에 그와 통화한 뒤, 종일 심난했다. 어젯밤 복동이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아무래도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아이를 키워봤지만, 입원하면 다 되던데 뭐. 이때까지는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점심 무렵에는 옆 동네 큰 병원으로 옮긴다고 했다. 응급이냐 아니냐를 두고 병원 안에서 혼선이 있었던지, 그의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부터 복동이의 눈은 초점을 잃어가고, 조금씩 오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단다. 아마 그 모습 앞에서 그는 서서히 정신을 놓아가고 있었으리라.


저녁 무렵, 중환자실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때는 나도 모르게 한 번, 크게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도대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이 맞냐고. 전화할 때마다 몇 배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내 목소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이제 집중치료실에 들어갔으니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도 마음을 붙드는 듯했다. 나도 마음을 붙들며, 내일 면회까지 시간이 있으니 뭐라도 좀 먹으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도 심장의 떨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밥은 먹었냐고(사실은 별일 없는 거냐고) 물어보려 전화를 걸었는데, 갑자기 호출이 와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한다. 급히 전화를 끊고 나는 평소보다 서둘러 아이를 재웠다. 그렇게 끊긴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잠든 아이 옆에 누워있었지만, 내 몸은 왠지 공중에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얼른 전화를 걸어 안도하고싶었지만, 손끝이 떨려 차마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는다. 아무 말이 없다. 잠깐의 침묵 속에 내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복동이가 하늘로 갔단다.


태어나 처음으로,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멀리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우리에게, 그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나는 잠든 아이를 두고 기어 나왔고, 몸이 떨리다 마비된 듯 굳어졌다.

그때 남편이 귀가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큰일이 일어났구나.


큰일이었다.

내 소중한 언니가, 자식을 잃었다.

빨리 가야 했다.


고작 4년 8개월,

채우지도 못한 여섯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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