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사운드 파워노드 2i + 오디오벡터 QR1 리뷰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음악 감상’을 아직도 가장 첫 번째 취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음악 자체도 좋아하지만 음질을 느끼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합니다. 심심할 때는 거금을 들인 이어폰과 헤드폰을 이리저리 바꿔 끼우며 음질을 비교하고 흐뭇해하기도 하죠. 아직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스피커입니다. 가성비 좋다는 블루투스 스피커나 컴퓨터에 물려 놓은 10만원대 2채널 스피커 같은 것들 말고 제대로 좋은 음질을 들려주는 스피커에 대한 로망을 항상 간직해왔습니다. 실내에서는 이어폰을 벗고 공간을 울리는 소리로 음악을 느끼고 싶은 거죠.
드디어 그 갈증을 채워줄 오디오 제품을 만났습니다. 바로 ‘블루사운드 파워노드 2i(Bluesound Powernode 2i)’라는 앰프와 하이파이 입문용으로 유명한 ‘오디오벡터 QR1(AudioVector QR1)’ 북쉘프 스피커입니다. 가격은 파워노드 2i가 120만원, 오디오벡터 QR1이 160만원입니다.
블루사운드 파워노드 2i는 정확히 말하면 패시브 스피커에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디지털 앰프입니다. 60W x 2 출력을 지원하고요.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디바이스에서 무선 네크워크 연결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연결 그리고 에어플레이까지 지원해 스마트폰에 있는 FLAC,WAV, MQA 등의 고해상도 음원을 손실 없이 무선으로 받아서 스피커로 보내줍니다. 즉,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도 하이파이 오디오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란 뜻이죠.
블루사운드는 1978년 설립된 렌브룩 그룹에 속한 회사로 NAD와 PSB의 기술로 탄생한 캐나다의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파워노드 앰프는 조금씩 업그레이드 거쳐 세 번째 리뉴얼 제품인 2i가 출시되기에 이르렀죠. 깨끗한 인상의 화이트 컬러도 추가되었습니다. 앰프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기계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진 깔끔한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와이파이 5G, 에어플레이 2, aptX HD 코덱을 비롯한 블루투스 5.0, 192kHz 32bit를 지원하는 DAC까지 삼킨 파워노드 2i의 단자부 모습입니다. RJ45 이더넷 단자가 눈에 띄네요. 무게는 1.72kg으로 꽤 묵직합니다.
파워노드 2i를 처음 사용하기 위해서는 와이파이 연결이 필수적입니다. 실내에 있는 공유기에서 포트 하나를 할당해 파워노드 2i에 연결한 후 스마트폰에서 BluO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터치 몇 번이면 기기 활성화가 완료됩니다. 저의 경우 제 방에 설치할 때는 수월하게 연결에 성공했지만, 인터넷 연결이 직/병렬 혼합으로 복잡하게 설치된 사무실에서는 와이파이 망 안에서의 인식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설치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의 UX에도 약간의 적응이 필요했죠.
상단의 패널은 터치패드입니다. 중앙의 재생 버튼에는 앰프의 연결/오류 상태에 따라서 LED 컬러가 적색/녹색/자색 등으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건 소소한 부분이지만 사용하는데는 편리했습니다.
이제 스피커를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앰프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스피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질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제가 선택한 스피커는 덴마크의 40년 전통 하이파이 브랜드인 오디오벡터의 QR1. 화이트 컬러에 골드 포인트가 무척 멋진 이 스피커를 앰프에 물려줬습니다. QR1은 앰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패시브 스피커로, 고음역을 잘 살려주기로 유명한 AMT 트위터를 탑재했고 골드 포인트인 S-STOP 필터를 통해 고음역을 한층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특징입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서 음악을 감상한 건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사용해왔던 블루투스 스피커들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직한 체급에서 뿜어져 나오는 커다란 사운드는 스케일부터 차원이 달랐습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느낌이 아니라 제가 있는 공간에 갑자기 무대가 솟아나고 그곳에서 즉석 공연이 펼쳐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습니다. 소리 하나 하나가 또렷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이 느낌을 영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유튜브에서 Full HD 해상도로 보던 영상을 4K로 올렸을 때의 그 쨍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네요. 소니 IER-M9과 같은 고가의 이어폰을 들었을 때 느껴졌던 높은 선예도와 빽빽한 밀도의 사운드가 실내 구석 구석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음량을 작게 해도 음선이 선명하고 또렷하게 살아있었고요.
생각보다 QR1의 저음 부스트는 강하지 않았습니다. 베이스가 자기 영역 밖을 절대 침범하는 일이 없었는데요. 다소 심심했지만 공간을 거북하거나 먹먹하게 만들지 않아서 오히려 상쾌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중음과 명징하고 확실하게 발현되는 고음이 자연스럽게 조화 되더군요. 중-고음역의 여성 목소리와 중-저음역 남성 목소리도 정교하게 분리해내고 높은 해상력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오디오벡터 QR1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올라운드 성향의 준수하고 담백한 음색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음이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메탈 류의 음악보다 현장감 넘치는 현악, 담백한 인상의 팝과 소울 뮤직에 더 잘 어울립니다. 음악과 음질에 양념만 가볍게 쳐서 포장하는 제품이 많은데 이 스피커는 순백의 도화지에 음을 하나 하나 분리해 다시 스케치하며 소리를 눈 앞에서 완성해주고 있었습니다.
BluOS 애플리케이션 내에는 타이달(Tidal)이나 벅스와 같이 무손실 음원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아예 통째로 박혀 있습니다. 타이달의 ‘마스터’ 음질과 벅스의 ‘FLAC’ 세팅으로 음악을 한참 들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네요.
사운드를 손실 없이 증폭해주는 앰프와 이를 유려하게 표현하는 스피커, 거기에 고해상도 음원까지 3박자의 하모니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틈만 나면 스피커를 틀어 댔죠. 편리한 무선의 경험과 만족스러운 청각적 경험까지 선사해준 블루사운드 파워노드 2i와 오디오벡터 QR1의 조합은 성공적인 하이파이 입문이었습니다.
FOR YOU
– CD나 LP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한다면
– 이어폰과 헤드폰을 벗어나 스피커로 오디오 취미를 시작해보고 싶다면
– 최소 200만원의 예산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오디오에 투자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NOT FOR YOU
–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주거 환경이라면 (볼륨을 높이는 순간 주변 이웃과의 불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자제력이 약하다면 (음질 상향 체감 후에는 더 높은 스펙의 제품에 손이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