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1.
이상하다.
지난주쯤 욕실 청소를 한 것 같은데, 샤워를 하러 들어간 욕실은 보기에 거슬릴 정도로 더럽다.
청소하면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청소하고
청소하면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청소하고
집안일은 무한반복.
혼자 중얼거리다 보니 장기하의 노래가사처럼 들린다.
나는 평소 집안일이 즐겁지 않다.
그렇다고 더러운 공간을 보고 외면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집안일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나만의 루틴으로.
오늘은 더 이상 욕실을 방치할 수 없으니
바닥에 세제를 풀어 거품을 내고 청소솔로 박박 문지른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욕실은 깨끗해지는데... 왜지? 내 생각은 온통 글쓰기에 쏠려있다.
청소를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집안일을 하기 싫은 이유',
'인간이 같은 일을 반복하기 싫은 이유'를 검색해 본다.
어리석지만 정말 궁금한 질문! 하지만 검색창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왜 나는 집안일보다 글 쓰는 것이 좋은가?”
우선, 이 글을 쓰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글쓰기를 단순히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때로는 자신을 칭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쓰지?' '능력부족인가?'
자책하고 괴로워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한 단계 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집안일을 하는 나도 성장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날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 냄비에 물을 올렸다.
그런데, 냄비 가장자리에 붙은 국수 끄트머리가 불에 탔다.
냄비에 물과 국수를 동시에 넣고 끓여서 생긴 결과였다.
이런... 비빔국수조차 만들지 못하는 어른이라니...
요즘 나는 비빔국수 한 그릇쯤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성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나의 대답은 바로 '기쁨'이다.
얼마 전 그림책 감정코칭지도사 수업을 듣는데
'기쁨'에 대한 그림책을 살펴보던 중 이런 발문이 나왔다.
"최근에 나를 가장 기쁘게 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나의 대답은 바로 '브런치 글쓰기'
혼자만 간직하던 글을 공개적인 공간에 올린다는 것은 이전보다 더 어렵지만
그것 또한 나를 성장시키고 기쁘게 한다.
오늘도 글쓰기는 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