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2.
며칠 전 더러워진 운동화 다섯 켤레를 들고 빨래방을 찾았다.
세탁 40분, 건조 40분.
운동화 세탁을 기다리며 나에게는 1시간 20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시끌벅적한 커피 체인점 말고 어디 없을까......'
마침,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커피집이 생각났다.
동네에 몇 년을 살면서도 오고 가며 간판만 보았지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던 곳.
저곳은 영업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건물 밖에서는 실내 불빛이나 사람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카페.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는 예상대로 공간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중년 남자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셨는데,
원두를 로스팅하고 천천히 드립 커피를 내려, 커피잔 세트에 정성스레 담아주셨다.
카페에는 사장님의 취향을 알 수 있을 법한 오래된 장식품이 가득했고
김광석의 노래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니
노트와 펜을 꺼내 무엇이든지 끄적이고 싶었다.
일상 속에서는 나에게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수시로 울리는 메시지 알림음, 전화벨 소리...
각종 생활 소음에서부터 내 안에서 들리는 복잡한 마음의 소리까지...
하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마음의 자유시간을 준다.
'나는 지금 어떤 글을 쓰고 싶지...'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현재 내 안의 기쁨, 슬픔, 분노, 행복과 같은 여러 감정도 만나게 된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
그 시간이 나를 진정 자유롭게 한다.
곧 운동화를 찾아 집으로 돌아갈 시간.
글쓰기를 통해 얻은 힘으로 나는 일상을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