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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May 12. 2023

함부로 선을 넘는 사람들.

속 시원하게 선을 정리하고 싶은 나에게.

"무엇이든지 선 정리가 어려워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이 사람 나랑 똑같네?' 하며 글을 읽는데, 이런...... 내가 생각한 선이 아니다.

글쓴이의 고민은 전자제품 선 정리가 어렵다는 것.

내가 생각한 선은 사람 사이의 선이었다.


문득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책상에 선을 그어놓고 짝과 벌이는 다툼은 꽤 치열했다.

"넘어오지 마." "넘어오지 말라고!" "야! 넘어오면 다 내 거다!!"




요즘 나는 사람 사이의 적당한 선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중 무례한 사람과의 관계, 선 정리는 정말 어렵다.

내가 만난 무례한 사람들......

첫 번째는 상대방의 겉을 보고 속까지 판단하는 사람.

"어머, 이 선생님 봐. 눈이 슬프게 생겼잖아. 뭐 하고 싶은 말이나 제대로 하겠어?"

"......? (다음에는 아이라인을 좀 그려야 되나?)"

두 번째는 상대방의 배려를 당연히 여기고 더 많이 요구하는 사람.

"선생님, 저번에 고마워요. 이번에도 비슷하게 해 봐요."

"......? (고마우면 이번에는 직접 하셔야죠......)"


타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해맑게 선을 넘는 사람들.

글을 쓰고 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인이 동영상을 보냈다.

제목은 "안타깝지만 착하게만 살면 인생이 어려워집니다."

제목을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난다.

동영상 속 교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1.  상대방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열지 말 것.

2.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과 천천히 멀어질 것.

3. 나의 감정을 단호하게 알려줄 것.

안타깝게도 이미 아는 것들이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던 라면.

지난해 함께 일한 사서 선생님께서 추운데 식당에 가지 말고 휴게실에서 먹으라며 끓여주셨다.

집에서 갖고 오신 따뜻한 가래떡까지 함께.

후후 불어 라면을 먹는데, 마음이 말랑말랑 포근해졌다.


모두에게는 적당한 선이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할 때, 그 선은 지켜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관계가 시작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이 간절한 요즘,

어린 시절 열심히 책상을 지켰듯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도 잘 지키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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