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3.
글을 쓸 것이다.
오늘 아침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견한 나의 메모.
메모는 2013년 3월 11일 오후 2시 20분에 작성된 것이었다.
2023년 4월 28일 브런치스토리에 첫 글을 발행했다.
나는 10년 전,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대학졸업 후 10여 년 동안 방송작가 일을 했지만
매주 소모되는 대본작업을 했을 뿐, 내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시 함께 일하던 피디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가님, 써놓은 글 많으시죠? 한 번 보고 싶어요."
그때의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에는 내 이야기가 담긴, 내 글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괜찮은 글을 쓰게 되면 꼭 연락드려야지.
그 말씀이 내내 기억에 남았다고......)
시작은 두렵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글을 잘 쓰지 못할 것이다.'라는 두려움에 매번 졌다.
그러던 중 그림책 감정코칭을 공부하며
이수지 작가의 <경계 3부작 - 거울 속으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를 읽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갖고 있는 경계는 무엇인가?'
'나는 그 경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나의 경계는 '제대로 완성된 글만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나는 브런치스토리에서 그 경계를 뛰어넘는 중이다.
글쓰기는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글쓰기는 나를 미치도록 설레게 하고 가슴 뛰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의뢰를 받아 조금씩 일을 시작했을 무렵, 어느 편집자에게서 "무라카미 씨, 처음에는 어느 정도 대충 써나가는 느낌으로 일하는 편이 좋아요. 작가란 원고료를 받으면서 성장해가는 존재니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중략) 수업료를 내는 게 아니라 원고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더 나은 글을 쓰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김영사, 2011, p.13)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라이킷'이 있다. ‘라이킷'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타인이 정성스럽게 쓴 글에 대한 공감이다.
그 경험이 쌓여 나는 조금씩 더 나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나처럼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에게, '라이킷'의 메시지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