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뿜는 병'에 걸렸을 때. 웃다가 울다가.
글을 쓰다가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권여선의 음식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읽고 글을 쓰는데
내 추억 속 음식은 대부분 엄마의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여름 열무김치, 오독오독 오이지무침.....
음식을 떠올리니 엄마가 생각나고 아빠가 생각나고...... 그러면서 눈물이 났다.
한 번은 나에 대한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났다.
지난 시간 내 모습을 돌아보고 나를 응원한다는 글을 쓰는데, 눈물이 났다.
'지금 왜 눈물이 나지......' 당황스러우면서도 그 눈물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고 해야 할까. 혼자 실컷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눈물을 통해 내 안에 쌓인 감정들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불 뿜는 용> 속 버럭이처럼.
그림책 <불 뿜는 용>에는 버럭이와 앵앵이가 등장한다.
버럭이는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는 용, 앵앵이는 화내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이다.
어느 날 버럭이는 앵앵이에게 물려 '불 뿜는 병'에 걸린다. 버럭이의 불은 음식을 태우고 장난감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친구들까지 다치게 하는데.....
어떠한 방법으로도 꺼지지 않는 불, 결국 버럭이는 엉엉 울기 시작하고 그 순간 불이 꺼진다.
불을 끄는 방법은 두 가지였던 것이다. 웃는 것과 우는 것.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쌓였을 때,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맛있는 음식 먹기, 운동하기, 소리 내어 마음껏 웃기, 남몰래 울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감정 해소의 방법은 달라지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게 글쓰기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서 웃다가 울다가.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한다.
<불 뿜는 용> -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6 대만 타이베이공립도서관 최고의 책 선정
저자 라이마
그림 라이마
번역 김금령
출판 천 개의 바람
발행 201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