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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실 Oct 03. 2022

모두의 힘으로 이루어 낸 챔피언

선수단, 구단, 스태프들의 피땀 눈물이 모인 빛나는 순간



시즌이 시작되면 우리는 각 구단의 홈 개막전에 참석한다. 모든 구단이 홈 개막전에 공을 쏟아붓는 만큼 디자인이 잘 나왔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기장에 가는 길은 멀지만 우리가 기획한 디자인이 차례차례 걸려 있는 걸 보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 순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정과 컨펌이 오갔는지 알기에 경기를 보러 온 관객과는 다른 여러 감정을 느낀다.



디자인한 곳을 쭉 둘러본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관객으로 돌아온다. 관객의 시선에선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이 분주하다. 현장에서 이벤트와 경기 운영을 진행하는 이벤트 대행사분들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 안전 요원들, 이를 총괄하는 구단 사무국분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우리는 개막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는 게 일이지만, 이분들은 개막 이후부터가 본 게임인 셈이다.




선수 입장이 모두 끝나고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휘슬이 울린다. 순식간에 공을 쫓아 선수들이 뒤엉킨다. 공을 잡은 가드가 손가락 모션을 취하면 같은 팀 선수들이 전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한 가드가 한 선수에게 패스한다. 공을 잡은 선수는 수비를 뚫고 직접 골 밑을 돌파하거나 3점 슛을 쏠 수 있는 외곽 선수에게 다시 패스한다. 공을 잡고 골대에 넣기까지는 대략 30초에서 3분 남짓. 그 짧은 시간 동안 공수가 수시로 바뀌며 점수는 빠르게 쌓여간다.



구기 종목 중에서도 농구는 특히나 스피드가 생명이다. 빠른 시간 내에 점수를 더 많이 내는 쪽이 승리한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땀은 비 오듯 떨어지고, 선수들의 숨소리는 순식간에 거칠어진다. 1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라지는 상황에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싸움이 지속된다. 벌어진 점수 차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고, 그런 집념은 기적처럼 역전을 만들기도 한다. 오로지 승리에 대한 목표 하나로 쉼 없이 달리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긍심이 든다.


 




2022년 5월 10일, 한 구단이 역사를 썼다. 홈 경기장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SK 나이츠는 KGC 인삼공사를 86:62로 꺾고 창단 25년 만에 첫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SK는 1999-2000 시즌, 2017-2018 시즌 챔피언에 이어 V3를 달성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2021-2022 시즌의 정상을 모두 석권한 대 기록이었다.



이 기록이 더욱 각광을 받는 이유는 시즌 전까지만 해도 SK 나이츠를 우승 후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슈가 끊이지 않았고, 문경은 감독의 은퇴 후 전희철 감독의 첫 번째 시즌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 SK가 8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 지었기에 그들의 전력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줬다. 54전 40승 14패로 정규리그 1위를 독주했고, 플레이오프전을 거쳐 챔피언 결정전 5전 4승 1패의 기록으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던 최준용은 특유의 에너지로 종횡무진하며 정규리그 MVP 상을 받았고, 1988년생인 김선형은 팀의 에이스답게 매해 커리어 하이를 달리는 실력을 뽐냈다. 자밀 워니도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섰으며, 전희철 감독은 첫 해 답지 않게 빠른 판단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공이 필요하다. 선수들을 잘 지도하는 감독의 능력과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투지, 그러한 선수단을 뒤에서 서포트하는 코칭스태프 및 사무국, 그리고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팀, 매 경기 팬들의 마음을 울부짖게 만드는 응원단, 팬들의 재미와 경기 운영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운영대행사,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 요원까지. SK나이츠의 통합우승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피땀 눈물이 모였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5월 말, SK 선수들의 통합우승을 기념해 구단측에서 관련 협력사를 다 모셔서 축승회를 했다. 협력사 인원은 다 해서 족히 50명은 넘어 보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을 사람들을 상상하며 '이 많은 사람들이 한 구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생각했다.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매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었다. 건배를 하기 위해 잔을 들자는 사회자의 말이 이어졌다. 감독님의 건배사 이후 잔을 높이 들며 나는 속으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최선을 다한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또한 통합우승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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