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라는 장르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에 눈을 뜨다
올 시즌을 앞두고 농구계에는 돌풍이 불었다.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거물급 선수들이 대거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바로 허웅. 자산운용사인 데이원 스포츠가 고양 오리온스를 인수한 이후 허재가 스포츠 부문 총괄 대표 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허웅이 아버지의 구단으로 거취를 옮길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허웅은 대한민국 대표 빅맨 이승현과 함께 전주 KCC 이지스로 7억 5천만 원에 입단했다. 허재가 KCC 감독으로 분할 시절부터 좋은 기억이 많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우승을 하기 위해 KCC를 선택했다는 게 허웅의 입장이었다.
허웅은 우리나라의 간판 스포츠 스타이다. 농구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릴 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인기와 함께 실력도 뒷받침해주니 구단 입장에서는 무조권 잡아야 하는 선수다. 허웅이 몸을 담고 있던 DB 프로미도 설득에 설득을 했을 게 분명 하나 끝내 인재를 붙잡지 못했다. 허웅이 어떤 이유로 KCC를 선택했는지는 본인이 아닌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다. 선수 개인이 우승에 대한 목표가 간절하다면 우승 전력을 갖추었는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하지만 FA 시장에 나선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제1순위로 고려할 사항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유럽과 미국의 세계적인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만 봐도 주급과 연봉에 따라 팀을 옮기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스포츠는 자본주의 사회를 그대로 담고 있다. 사회에서도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회사에서 붙잡기 위해 노력한다. 실력자들은 여러 조건(연봉, 복지, 회사 분위기, 사람 등등)을 비교하며 회사를 고를 수 있고,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를 자처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 회사원이라면 한 번쯤은 사직서를 품어 봤겠으나 우리가 화끈하게 봉투를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돈과 용기가 없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밀려드는 카드값과 할부금, 대출금 이자와 여러 생활비는 우리가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켜준다. 그 금액은 파도와 같아서 평소에는 발목에 찰랑찰랑 물이 찰 정도로만 잔잔히 치다가 매월 1일과 12일, 25일만 되면 그동안 불어난 몸으로 우리를 한 입에 집어삼킨다. 집채 만한 돈에 쓸려 가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그래. 지금 당장 정기적으로 어떻게 돈을 벌겠어. 일단 다녀야지...' 그렇게 우리는 자생할 용기를 잃고 스스로 발전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
나 또한 평범한 사람이기에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종종 나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한다. 회사원들이 3년, 6년, 9년 등 3의 배수 연차에 이직이나 퇴사를 꿈꾸는 '3,6,9 법칙'이 있듯이, 나도 3년 정도 일을 하니 업무 프로세스를 너무 잘 알아서 권태가 왔었다. 회사에서는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내가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갈증이 났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회사 일 말고 내 일을 하고 싶어!
그렇게 나는 블로그와 브런치를 시작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창작 욕구를 풀었고,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아침에 '모닝 페이지'라는 일기를 쓰며 내면의 솔직한 고민을 들여다보고 직접 조언을 드리는 스몰 비즈니스도 실행했다. 이렇게 여러 '딴짓'을 하자 신기하게도 회사를 다닐 때 채워지지 않던 갈증이 채워졌다.
서두에서 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돈'이 가장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닐수록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또 돈이 다가 아니기도 했다.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일을 하는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흥미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일을 하면서 흥미와 보람을 느낀다.
나와 같은 MZ 세대들은 자아와 취향이 강하고 본인의 의견과 주장을 피력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취업난이 계속 심해지는데도 퇴사와 이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많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우리들은 회사 또한 본인에게 알맞은 'Fit'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몇 년 새 쭉 각광받고 있는 '퍼스널 브랜딩'은 이러한 MZ세대들의 니즈를 총망라한 집합체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나 자신을 브랜딩 해서 사업을 하는 것. 나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고, 본인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큰 세대.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내가 해왔던 '딴짓'이 오히려 '나만의 퍼스널 브랜딩을 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쭉 내가 회사를 다닐지, 나만의 사업을 꾸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다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를 표현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그 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계속해서 도전하며 자본주의 FA 시장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