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건 손의 상처일까? 마음의 상처일까?
1. 이건 손의 상처일까? 마음의 상처일까?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손이라는 부위에 작은 상처가 생겨 피가 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하지만, 지혈을 하기에는 손님들의 시간과 메뉴를 챙겨드리는 것이 먼저이기에. 큰 상처가 아니라면 대충 냅킨으로 상처부위를 감싸고 메뉴를 빼는(만든 들어낸다)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 두부류의 손님을 응대했다.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며, "어머나, 어떻게 메뉴는 됐으니까 여기, 여기 밴드 빨리 붙여요!"
그에 반해 어떤 손님은 "아 빨리 좀 줘요!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씨 뭐야 커피에 피 안 묻었어?" 하며 자신의 컵과 바리스타를 흘겨보시며, 내 얼굴에 레이저를 쏟아 붙이신다.
물론 내 불찰이다. 커피를 내어드리는 동안 지혈을 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큰 상처는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뾰족하고 조금 한 쇠붙이에 오른손 새끼손가락 아래쪽을 살짝 찍힌 정도였는데. 평소와 다르게 그날따라 피가 멈추질 않았다.
속으로 생각한다. '나이를 먹었나?',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이라는 시인이 아마 장미꽃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치료하지 않아 패혈증으로 이른 나이에 죽었다고 하던데.
(하지만 직접적 사인은 백혈병을 먼저 앓고 있었고, 그에 따른 면역력 약화로 인해 가시에 찔려 그 상처로 들어온 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직접적 사인이라고 한다. 신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이었다. 담당 의사의 말로는 그가 매우 죽음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혹시, 나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쉬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오늘 두 분류의 손님 반응 중 한 분의 반응은 내 정신적 영혼에 촌철살인으로 찌른 곳을 또 찌르는 아픔을 선사했다.
살아있지만 무언가 죽어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나의 잘못이라는 것도.
바쁜 출근길 기분을 상하게 해 드려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저 또한 친절히 손님들의 아침 커피를 책임지기 위해 새벽 5:10분에 일어나 새벽부터 바지런히 오픈 준비를 하고, 손님들이 원하는 시간에 커피를 만들어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을 다한답니다.
손의 상처가 전이되어 마음의 상처가 되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난 또 내일을 잘 해내야 한다. 지쳐있기에는 삶의 일들이 너무 산적해 있다.
서비스직에서 친절과 사과 그리고 내 인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손님들의 삶에서 힘들게 번 돈을 소중한 커피 한잔으로 하루의 시작을 깨우는 것이 손님의 권리이다.
그 권리 앞에서 나는 매번 허리를 숙여야 하는 사람이니까. 오늘도 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쁘고, 행복한 하루의 시작.
“부디 제가 내려 드린 커피 한 잔이 여러분들의 삶에 평안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름의 습기 가득한 뜨거운 바람이 나의 머릿결을 스쳐 눈을 가린다.”
그 덕분에 눈치 없이 살짝 흘러내릴 뻔한 눈물을 가릴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 하루였다.
우리의 삶은 상대성으로 인해 누군가의 필요가 다른 이의 부족함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맹자(孟子) 선생님의 역지사지(易바꿀 역, 地땅 지, 思생각 사, 之갈지) 즉, 역지 즉 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되어 탄생된 사자성어로 다른 사람의 처지(處地)에서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다.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하지만 손님께서도 바리스타의 입장을 생각해 보셨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함께 사는 세상 정말 모두가 평온했으면 좋겠는데.
그대여 가라앉지 말게나 어떻게든 떠있어야 해.
어떤 풍파에도 가라앉지 않는 저 뗏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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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RATHER GOO : D
DESIGN / MINA
MARKETER / TONY
WRITER / EARNEST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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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심리에세이
<서로를 위하지만 가끔은 거리를 둡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격하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