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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한의학 치료를 받았을까?

동물한의학의 역사

브런치 가입을 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하다가 글쓰기를 통해 삶을 더 의미있게 정립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의 가치를 느껴 글쓰기의 즐거움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한의학을 접한지 벌써 20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도 동물들이 한의학 치료를 받았는지는 익숙한 내용은 아닙니다. 현재 한의대, 수의대 교육과정에서 명확하게 동물한의학에 대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교육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이 우리집에 있는 아픈 강아지를 치료해줄 수 있냐는 말에 왜 동물들은 한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할까? 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궁금한 것은 끝까지 파보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 공부를 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동물한의학의 역사는 기원전 10세기 주나라 때부터 제도화되었을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첫 경전으로 <황제내경>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황제와 그의 신하이며 천하의 명의인 기백이 의술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한의사라면 졸업할 때까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배우고 교수님에 따라서는 암기시험까지 치룹니다. 졸업한지 오래된 저도 아직 몇문장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중요한 책입니다. 


그런데 수의학에도 <원형마료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수의학의 경전으로 사람과 동일하게 황제와 동물을 잘 진료하는 마사황이라는 신하가 동물에 대한 한의학 치료를 논하는 책입니다. 보통의 한의사라면 이 대목에서 "아..." 라는 감탄사가 나올정도로 동물한의학의 역사는 오래되고 체계적이라 놀라울 정도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기록을 보면 고구려의 혜자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역사시간에 한번쯤은 들어보셨던 "쇼토쿠태자"의 사부가 되어 말을 치료하는 한의학 기술을 전수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삼국시대의 동물한의학은 융성했습니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에는 세종의 동물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왕실의 의사인 전의감 의원들이 직접 동물에게 한의학치료를 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을 정도로 열정적이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대적 배경이 사람을 치료하는 인의(人醫)가 동물을 치료한다는 것에 많은 편견이 있는 시대였는데요. 역시 세종은 남다른 혁신적 생각과 행동력을 갖춘 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한방수의서인 <신편마의방우의방>을 비롯하여 말, 소, 양, 돼지의 질병을 한의학으로 치료하는 많은 서적들이 발간되어 동물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방수의서 <신편마의방우의방> /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혹시 이야기를 들으며, 왜 이렇게까지 동물의 한의학치료에 진심이였을까라는 의구심이 드시나요? 이는 과거 농경사회 시대에서 소와 말 같은 동물의 건강이 백성들의 삶의 근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법들을 연구한 것이죠. 


이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 소가 아프면 사람처럼 침도 맞고, 뜸도 뜨고, 사람도 가격이 비싸 잘 먹지 못하는 인삼까지 먹이는 기록들이 나옵니다. 동물들이 아프면 침도 맞고 한약도 먹는 것이 일상 중의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이런 풍경들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민족의학이었던 한의학은 한국의 의학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을 받게 되었고, 사람을 치료하는 한의학도, 동물을 치료하는 한의학도 명맥이 끊어지게 됩니다. 그 후 사람을 치료하는 한의학은 다시 살아났지만 동물을 치료하는 한의학은 잠시 발전을 멈추게 됩니다. 


글을 쓰다보니 정말 아쉬운 점이 많네요. 일제 강점기가 대한민국 국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동물들에게도 상처를 줬네요. 


한의학은 몸 그리고 마음의 균형을 중요시 합니다. 몸과 마음이 조화로우면 질병을 예방하고 더 잘 회복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에게도 침과 약초를 통해 몸과 마음을 균형잡히게 할 수 있다면 부작용은 적고 더 근본적인 치료가 될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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