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와타사와

타임스퀘어의 네온사인은 밤이 되면 더욱 강렬해진다. 거대한 전광판들이 쉴 새 없이 색을 바꾸며 광고와 뉴스를 송출하고, 사람들은 마치 눈이 부신 빛의 최면에 걸린 듯 걸음을 멈춘다. 공기는 무더운 습기에 짓눌려, 가을밤인데도 숨이 가쁘다. 하지만 누구도 그 불편함에 신경 쓰지 않는다. 타임스퀘어는 항상 밝고, 항상 시끄럽고, 항상 바쁘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빛나지만, 그 빛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마치 곧 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분명히 존재했다. 기괴한 기계음과 섞인 그 소리는 타임스퀘어의 빛과 경쾌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뿐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추었을 때, 한 남자가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신발 끈을 고쳐 묶고 있었다. 낡은 후드티와 바랜 청바지, 운동화 대신 발목이 해어진 낡은 구두 비슷한 것을 신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의 눈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 불안감은 단지 지금, 이 순간의 문제만이 아닌, 훨씬 더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일어선 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타임스퀘어의 모든 것들이 빛나고 있었고 그 빛에 익숙해 지는데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남자는 손목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몇 분 전부터 멈춰 있었다. 그는 그것을 노려보더니,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제가 할 얘기가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작고,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흘낏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리거나 걸음을 빨리했다. 누군가는 흥미로워하며 휴대전화로 그를 촬영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지나칠 뿐이었다. 타임스퀘어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미래에서 왔습니다.” 남자는 크게 외쳤다. 그의 말은 너무도 건조하게 들렸다. 그의 목소리는 주변의 소음에 묻혀, 겨우 몇 걸음 앞 사람에게조차 닿지 않았다. 그가 다시 한번 외쳤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하는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지만, 그것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젊은 남자가 비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미래에서 왔다고? 나도 미래에서 왔는데, 몇년도에서 왔어요?" 그는 남자의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그 비웃음 속에는 놀림보다는 무관심이 깃들어 있었다. 마음을 바꿔 남자는 다급하게 그의 손목을 잡으려 했으나, 허공을 가르는 손짓만 남았다.


그는 다시 말을 걸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그는 이미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아무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를 조롱하는 듯 보였고, 그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타임스퀘어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화면 속에서는 섬뜩하게 빛나는 가상 현실 게임의 광고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그는 마치 그 게임 안에 갇혀 버린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는 손을 들어 광고판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빛나는 스크린도, 그 아래에 있는 여러분들도 곧 아무 의미가 없게 될 겁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사람들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들이 지금 보고 있는 화려한 화면들이 곧 종말을 맞이할 거라는 그의 경고는, 이곳에서 자주 마주하는 또 한명의 미치광이의 소리, 그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허공으로 사라지는 의미 없는 말일 뿐이었다. “지구는 이미 병들었고,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장날 겁니다!” 그는 손을 흔들며 무작정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무시했다. 자동차 경적과 상점의 음악 소리, 사람들의 웃음과 대화 소리가 그의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그는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시계를 보았다. 여전히 멈춰 있는 시계. 그는 짧게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되뇌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쩌면 그가 정말로 미친 건지도 모른다. 그는 왼쪽 주머니 속에 있는 알약을 만지작거렸지만 이내 내려놓고 다시 한번, 끝까지 외치기로 했다. 그는 선택받은 자라 믿었고, 이 순간이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이다.

그는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여전히 그를 무시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경고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닿아야 했다. 그는 타임스퀘어의 중앙에 다시 멈춰 섰다. 그곳에서 그는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외쳤다. "우리가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내가 본 미래는 반드시 닥칠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 남아 있는 단호함이 사람들의 귀에 한순간 스쳤다. 그는 믿었다. 누군가는 그 경고를 들어야만 한다고.


어디선가 기자로 보이는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 진짜 미래에서 왔다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미래에서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날 겁니다.”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남자의 초췌한 얼굴과 믿기 어려운 말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남자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한 시간 정도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경청하고 공감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녀와 나눴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기사화되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타임스퀘어의 빛은 여전히 화려하게 그를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 뒤에는 분명히 어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그 어둠을 막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그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주머니 속의 알약을 매만지며.


한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명이 넘는 사람이 자신이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