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UN 전반부

by 와타사와

존 맥케이브 대통령은 언제나처럼 집무실 창가에 서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맑았던 날이 언제였지? 진짜 언제였지?’ 그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혼자 있는 집무실의 무거운 침묵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방 안의 공기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잠시 지난 며칠을 회상했다. 노바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마지막 결정을 내리던 그 순간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쳤다.


며칠 전, 그는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했다. 정부 내 모든 부처의 장관과 기후, AI 전문가 그리고 현재 노바의 운영을 담당하는 기업의 대표와 엔지니어들이 모였다. 회의는 노바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슈퍼노바(Supernova)”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존은 회의실의 가장 중앙에 앉아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에너지부 장관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는 똑똑하고 사려 깊었지만, 여전히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 에너지부 장관을 교체할까?' 존의 머릿속이 잠깐 산만해졌다. "대통령님, 에너지를 담당하는 장관의 입장에서 저는 슈퍼노바를 찬성합니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솔직히 두렵습니다. 노바의 업그레이드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자원 배분, 에너지 정책, 그리고 각국의 경제 체제에 깊숙이 관여할 것입니다. 슈퍼노바가 가져올 변화는 우리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급격하고 거대할 것입니다." 존은 그의 말을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다. 이미 세계 최고의 수많은 전문가가 노바의 업그레이드가 가져올 파급력에 관해 설명하고 그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철학의 문제가 아니었다. 핵심은 더 이상 지구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인류의 생존과 미래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이다. "대통령님," 국무부 장관이 나섰다. "노바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기후 위기는 우리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슈퍼노바를 용인한다면, 역시 기후 위기는 우리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정부는 통제권을 상실할 것이고 정치의 영역이 대폭 축소될 것입니다. 또한 이는 각 국가의 주권과 자율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결정을 내리기 전,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존은 깊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회의실 한쪽에 있는 모니터로 옮겼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 사람은 그저 나에게 모든 결정을 떠넘기려고만 하는구나.’


정면에 있는 화면에는 노바가 예측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와 각국의 대응 상황이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거대한 붉은 곡선이 그들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했다. "장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존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아니 더 나았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대한 위험을 감수하느냐, 아니면 우리가 쥐고 있는 통제권을 지키며 종말을 기다리느냐..." 그의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 질문은 각자에게 새로운 무게로 다가왔다. 존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더 이상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도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제 그 실패를 인정할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슈퍼노바가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희망을 걸어볼 무언가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회의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몇몇 장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었고, 몇몇은 존을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노바를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존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졌다. ‘슈퍼노바를 시작하는 것이 맞는 걸까? 모든 것을 노바에게 맡기고 나면, 정말 더 나은 미래가 올까? 우리가 노바에 의존하는 순간, 우리는 인간의 모든 자유와 통제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까?’ 그의 가슴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주저한다면 그 끝은 그저 파멸일 뿐이었다. 그는 참모들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슈퍼노바 프로젝트를 바로 시작합시다. 물론 이것은 미국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노바가 그랬던 것처럼, 슈퍼노바도 국제사회의 합의와 협력을 통해 운용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류 전체를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존은 불안을 억누르려 했다. 만약 이번 결정이 실패로 끝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그의 몫이 될 것이다. 아니 어차피 실패하면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계획을 세계에 제안하고, 모두의 동의, 아니 최소한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렇게 존과 미국의 결단은 UN 국제회의 개최로 이어졌다.


존의 결정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논쟁과 찬반 여론이 조성되었다. 지지자들은 슈퍼노바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존의 결단을 지지했지만, 반대론자들은 국가 주권의 상실과 AI의 무분별한 권한 확대에 대해 경고했다. 슈퍼노바를 둘러싼 논쟁은 언론과 SNS를 통해 확대되었고, 각국의 정치인과 시민들이 가세하며 당연히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존의 지지율은 대폭 상승하며 재선을 향한 발걸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기후 위기 해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 그의 결단에 특히 젊은 유권자들과 여성의 지지가 쏟아졌다.


UN 국제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동맹국들의 지원을 요청했고, 슈퍼노바를 글로벌 거버넌스 아래에 두겠다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다. 이미 현재의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은 모든 국가가 알고 있었다. 단지 기득권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성난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존은 그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게 만들어준 정치 감각이다. 그는 참모들에게 말했다. “다른 국가들도 결국 우리의 제안에 동의할 겁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슈퍼노바는 그들이 마주한 절망 속에서 떠오른 유일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참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동의하고 있었다. 현재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약 한 달 후, 뉴욕의 UN 본부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노바의 업그레이드에 관한 이번 회의에는 UN 회원국의 대표는 물론, 각국의 과학자, 산업계 리더, NGO 대표들까지 총출동했다. 수많은 언론사가 이 회의에 집중했고, 전 세계는 실시간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회의실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각국의 대표들은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와 속내를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다. 회의 시작 전, 각국의 대표들은 이미 여러 비공식 회동을 거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존은 회의장에 들어서며 그 모든 시선의 무게를 느꼈다. 그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미국 대통령으로서였지만, 동시에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인류의 대표자로서였다.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존은 마이크를 잡고 회의를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동시에 단호함이 느껴졌다. “노바는 지난 수년간 기후 위기에 맞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보다 더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슈퍼노바’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이 재앙에서 꼭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합의와 여러분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면서, 동시에 매우 쉬운 결정이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도 무수히 많이 고민했지만 다른 선택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저 이렇게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죠. 다른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미국부터 그 방법을 따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숨을 잃어가는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칩시다.”


오랜 침묵과 긴 박수 소리가 혼재했다.


이어서 중국 대표가 발언에 나섰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사실 오랜 기간 이어진 서구 문명의 성장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최근에야 산업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노바의 통제가 우리의 산업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곧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인의 제공자와 그 결과의 책임을 지는 주체가 다른 상황이며, 이는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의 공통된 입장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노바는 실질적으로 미국의 통제하에 있었습니다. 슈퍼노바 역시 미국이 주도하려 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질서와 개별 국가의 주권 훼손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대표가 차가운 눈빛으로 존을 응시했다. "노바의 통제가 미국의 손에만 남겨진다면, 우리는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국의 주권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환경 문제에 직면한 중국으로서는, 노바의 통제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존은 이러한 전개를 충분히 예상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인도 같은 국가들도 이 문제를 두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노바가 미국의 시스템 안에서 작동해 왔다는 점은 다른 국가들에게, 정확히는 다른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들도 노바를 업그레이드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존이 예상한 것처럼 그들도 당연히 반대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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