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UN 후반부

by 와타사와

중국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주변 대표들의 표정은 더욱 경직되었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각자 다른 계산이 서려 있었다. 존은 각국 대표들의 반응을 천천히 살폈다. 불신이 깃든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들이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회의장의 공기는 뜨거워졌고, 의자에 앉은 대표들은 이 회의의 결말을 어느 정도 직감하면서도 저마다 자국의 마지막 입장을 지키기 위해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잠시 회의가 휴식에 들어갔을 때, 존은 중국 대표와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상황에 쐐기를 박고 싶었다.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지금의 기후 위기를 해결할 다른 방안이 없다는 것을." 존이 설득하듯 말했다. 중국 대표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권이 훼손되는 일은, 혹은 우리 인민들이 그렇게 오해하도록 하는 상황을 나는 막아야 합니다. 슈퍼노바가 진정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미국이 먼저 모든 권한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슈퍼노바의 결정이 특정 국가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보장을 원합니다. 미국은 우리를 설득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존은 속으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중국 대표의 경계심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을 완전히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감정을 다잡았다. 이 순간이 실패로 끝난다면 인류는 멀리, 아주 멀리 돌아가야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제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려 볼까요, 저는 사실... 이제 곧 미국이니, 중국이니 국가를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질 거라 예상합니다.”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러시아 대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했다. "러시아는 노바의 업그레이드로 세계적인 환경 문제에 대처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평소의 날 선 공격성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 몇 달 동안, 시베리아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번지고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비정상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고, 극동 지역의 농업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이대로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가 앞장서겠습니다." 이 발언에 회의장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과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자국의 주권을 지켜온 강대국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도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명백한 항복 선언이었다.


이윽고 회의장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유럽 연합, 동남아시아, 남미 국가의 대표들도 각자 발언에 나섰다. 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들이 발언할 때마다, 주변에서는 속삭임과 메모가 오갔다. 대표들은 한쪽 눈으로는 상대국을, 다른 한쪽 눈으로는 회의실 구석에 자리한 자국의 보좌관들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갑자기 누구 하나 손에 든 연필을 힘주어 부러뜨렸고, 그 소리가 묘하게 회의장의 긴장감을 더했다.


기본적으로 찬성을 전제로 슈퍼노바의 개발과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관리하고, 누가 그 결정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뒤섞였다. 이 와중에 독일 대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은 세계가 협력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개별 국가의 이익에만 매달릴 수 없습니다. 노바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마지막 카드라면, 슈퍼노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합니다. 다만, 슈퍼노바는 특정 국가의 통제하에 있어서는 안 되며, 국제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관리되어야 합니다.” 사전에 미국과 조율된 준비된 발언이었다.


존은 각국 대표들이 논쟁하는 모습을 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가 예측한 데로 회의는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이 회의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예상했고, 각 나라의 대표들 또한 모두 자신의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 그의 역할은 그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 각국은 저마다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고, 자신의 주권을 침해당할 위험에 대해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안도감과 작은 성취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회의 중간, 독일 대표가 유럽 연합 전체 대표단을 모아 비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유럽 연합 대표단이 작은 방에 모이자마자, 그들의 표정은 더 이상 감춰지지 않았다. 독일 대표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우리가 EU의 공동 입장으로 슈퍼노바를 지지해야 할까요?" 긴장감이 맴도는 방 안에서 이탈리아 대표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함께 주도하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서로에게 쏠렸고,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비밀스러운 논의가 이어졌다.


잠시 후, 그들은 존에게 접근했다. 독일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유럽 연합은 슈퍼노바를 공동의 합치된 의견으로 지지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독점적인 통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존은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서 국제기구를 설립하려는 겁니다. 미국은 결코 통제권을 독점하지 않을 것입니다. 슈퍼노바는 전 세계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존은 다시 공식적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저는 슈퍼노바 프로젝트의 주도권이나 특정한 의사 결정 권한을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제가 반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당면한 심각한 기후 재난을 해결하려면 국제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슈퍼노바는 그동안의 노바와 달리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지닐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함께 그 방향성과 원칙을 결정하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의 말에 프랑스 대표가 나섰다. “그렇다면 우리는 슈퍼노바를 통제하고 감독할 독립된 국제기구를 설립해야 합니다. 슈퍼노바가 제안하는 모든 결정은 이 기구를 통해 검토되고, 각국이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시 준비된 발언이었다. 존은 그 제안을 주의 깊게 들었다. 아니 듣는 척했다.


이 발언에 아프리카 연합 대표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아프리카 연합 대표는 좌중을 둘러보며 침착하게 말을 시작했다. "여러분,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노바의 통제는 선진국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저개발국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슈퍼노바의 운영에 있어서, 우리는 그동안 묵살당한 목소리가 이번에는 확실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 제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의 발언에 회의장은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존은 마이크를 잡고 침착하게 말했다. "슈퍼노바는 특정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점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지역과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슈퍼노바의 운영을 감시할 것을 추가로 제안합니다."


회의는 장장 이틀간 이어졌다. 각국 대표들은 저마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또는 단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수많은 수정안과 타협안이 제시되었다. 밤늦게까지 회의실에 불이 켜져 있었고, 각국의 대사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입장을 조율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려 애썼다. 누구도 이 문제를 쉽게 넘기려 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이 결정에 전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의 막바지, 존은 최종 합의의 길로 가기 위해 그동안의 제안을 정리했다. “이 회의가 끝난 직후 인류는 함께 노바의 업그레이드에 착수할 것입니다. 이 업그레이드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노바는 '지구 재건'과 '인류 보호'를 유일한 목적으로,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의사결정의 모든 권한을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 시도가 없었던 초국가적 일입니다. 두려운 일이자 위대한 결정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슈퍼노바'를 통제할 국제기구를 설립할 것입니다. 그 기구의 운영 원칙과 세부 규정은 UN에서 승인받은 헌장에 따라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 기구는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각국의 대표와 과학자,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슈퍼노바의 결정과 운영을 감시하고 조율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슈퍼노바의 기능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도 관장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기구 내에는 모든 지역과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별도의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하고 불명확한 결정을 방지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회의장 안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곧이어 회의장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각국 대표들은 속삭이며 의견을 나누었고, 잠시 후 프랑스 대표가 다시 발언했다. “그 제안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그 원칙에 따라 국제기구를 설립하고, 슈퍼노바의 운영을 함께 감시하겠습니다.” 이어 중국 대표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 기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시 위원회가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을 요구합니다. 슈퍼노바가 특정 국가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인류 전체를 위해 작동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 부분은 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위원회 독립적으로 슈퍼노바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그렇게 세계 각국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어찌 보면 너무 쉽게 합의에 다다랐다. 그만큼 기후 변화로 인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이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슈퍼노바 프로젝트는 국제사회의 협력 아래 진행될 것이며, 이를 감독할 국제기구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거대한 도약이자, 동시에 위험한 도전에 맞서는 발걸음이었다.


존은 회의장을 나서며 눈 앞에 펼쳐진 흐릿한 햇살에 눈길을 주었다.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었다. 회색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저 멀리에서 찢어진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빛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속삭였다. '이 빛이 희망이든, 환상이든...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제 이 거대한 협력 체계 속에서 슈퍼노바를 인류의 조력자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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