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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Apr 20. 2021

커피와 차가 가득한 탕비실

그 누구도 아무 소리 안 했는데 벌써부터 나는

사무실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된 여러 종류의 티백 차와 커피들이 보면서 나는 예전 직장의 탕비실 모습이 떠올랐다. 남의 사무실 탕비실에서 익숙했던 회사 탕비실을 떠올리다니. 무슨 첫사랑 떠올리는 것도 아니고... 나는 왜 이렇게 청승일까.


회사가 그립다기보다는 회사원으로서 살았던 내 모습을 그리운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고, 회사를 안 다니니까 이제는 회사를 다니고 싶은 변덕을 부리고 있는 건지. 그 순간 왜 그립다고 느낀 건지. 오랜만의 사회생활이라 그럴 것이라 또 마음을 넘겨본다.

 

회사의 일원으로 있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마셨던 차와 커피들을 이곳에서는 왠지 모르게 거리낌 있게 마셔야 될 것 같이 느껴졌다. 그 누구도 아무 소리 안 했는데 벌써부터 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안녕하세요~ 본의 아니게 늦었습니다."


앞으로 나와 함께 같은 조가 되어 함께 일하게 될 분이 왔다.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내 예상대로 오전인지 오후인지 연락을 따로 못 받은 모양이었다. 어째 꺼나 오전 근무를 먼저 하게 되어 반기는 기색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나는 빠르게 상대방의 나이를 가늠해봤다. 동갑이거나 조금 많아 보였다.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보다는 옷차림이나 말투에서 단서를 찾았다.


나는 대뜸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했다.  A언니는 내 반응대로 깜짝 놀라 하며 '내 나이를 들었나요?'라고 되물었다. '아니요~ 그냥 언니 같아서요~ 저는 00년 00띠 예요.'라고 생년과 띠까지 정확하게 말해버리는 내가 재밌어 보였는지 A언니도 눈웃음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본인의 생년을 말해주었다. 우리는 친근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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