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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Apr 21. 2021

코로나가 급격히 퍼지기 전 8월의 도서관

내 신세가 조금 재밌게 느껴졌다.

1층 로비에 앉아서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QR 코드 출입에 대해 설명을 해주거나, 직접 손으로 작성하는 방명록에 대해 일러주고, 전자 온도계로 체크를 했다. 전자 온도계를 이마에 갖다 대야 해서 나는 왠지 모르게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열 체크를 하게 됐다. 나중에 보니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한 손으로 이용자들 이마에 갖다 대어 체온을 체크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 얼굴에 겨누는 총 같이 느껴져서 이 일이 껄끄럽게 느껴졌다.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 날은 8월 중순경이었기 때문에 한참 여름이었다. 로비 밖으로 보이는 푸른 잎의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이 익숙하고도 낯선 곳에 와서 1층에 앉아 있는 내 신세가 조금 재밌게 느껴졌다.


와! 정말 인생은 어떻게 흐르게 될 줄 모르는구나! 내가 여기에 앉아 있는 순간도 생기다니! 도서관에서 이 일은 기간이 정해진 일이었다. 8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였다. 끝이 정해져 있어서 매 순간 도서관 안에서의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이용객을 기다려야 하는 와중에도 나는 시선을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평소에는 자세히 보지 못한 도서관 로비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다리가 불편한 분들을 위해 휠체어가 있다는 것도 그날 알게 됐다. 책을 소독하는 책 소독기도 휠체어가 있는 그 한쪽 편에 함께 있었다. 몇 개월을 그렇게 다니면서도 저게 책 소독기인 줄 조차 몰랐다니...


8월의 도서관 이용객들은 방학을 맞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들이거나 어린아이와 오는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대부분 안내하는 나의 말을 경청해서 듣고 잘 따라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 몇몇 분은 안 그런 분도 있었다. 공원이 위치한 곳에 있던 이 도서관은 가끔 1층 로비 화장실만 이용하고자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까지 모두 기록해야 해서 안내를 하면 '잠깐 화장실만 쓸건대...'라는 약간의 불평이 나오기도 했지만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상황을 넘기곤 했다. 이용자들과 괜한 부딪침은 없어야 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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