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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Apr 19. 2021

도서관 첫 출근

첫 출근인데 어딘가 이상하다

도서관으로 첫 출근 했다. 다행히 첫 번째 달부터 오전에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전 9시 ~ 오후 1시까지였다. 점심시간에 집에 갈 수 있다니. (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다시 생각해도 너무 좋다. 4시간이라니...! )


10분 정도만 일찍 와서 근로계약서라던가 통장사본 같은 행정처리에 필요한 서류 작성을 하면 된다고 얘길 들었기 때문에 시간 맞춰서 갔다. 도서관 정문에 다다르니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현관문 바로 앞 의자에 앉아계셨다. 할아버지가 나를 빤히 보기에 나도 잠시 쳐다봤다.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볼까 싶었지만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황이니까 가만히 있자고 속으로 생각하며 참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할아버지는 항상 도서관이 개관하는 시간보다 5분~10분 정도 일찍 와서 대기하다 도서관이 문을 열자마자 입장하시는 단골 분이셨다. 매일 오셔서 신문을 보시다 가신다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된 부지런한 할아버지 얘길 들으며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첫날은 그런 사정을 전혀 몰랐으니 멀뚱멀뚱 할어버지와 함께 도서관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할아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조금 낯선 공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출근 전 전화로  10분 정도 일찍 와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1층 로비에 있으니 내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다른 출입문이 어딨는지는 모르겠고, 도서관 관계자로 보이는 분도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음 졸이고 있던 그때 도서관의 현관문을 여시는 분이 등장했다. 그분이 문을 열자마자 나는 옆으로 바짝 붙어서 인사를 했다.


"저.. 안녕하세요, 희망일자리 참여자로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사람인데요."

나는 그분께 오늘 희망일자리 참여자임을 밝혔으나 표정 변화가 없었다. 반기는 기색이 없어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달갑지 않은 것인지, 내가 오늘부터 출근하는 것을 모르겠다는 것인지, 서류가 잘못돼서 혹시 나는 여길 와야 되는 것이 아닌데 온 건지, 뭐가 뭔지 그분의 표정에서는 그 어느 것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오늘부터 일하신다고요? 흠..."


나는 마음이 어딘가 불편해졌다. 종종 왔던 도서관이라 완벽하게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곳의 구성원과 나누는 첫 대화였는데 반기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


일단 서류작성을 해야 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서둘러 사무실을 찾아 자리를 떴다. 종종 들렸던 도서관이라 대충 짐작 가는 곳으로 갔다. 아마 전화통화로 안내받은 것 같기도 했다. 사무실 앞에 서서 유리문을 두들기며 인사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 희망일자리 참여자로 출근하게 된 사람인데요."

1층에서 조금 주눅 들었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조금 크게 소리를 내며 내가 누구인지 밝혔다.


사무실에 있는 분들이 누가 누구인지 몰라서 허공에 대고 일단 인사를 했다.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자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그 속에서 나타났다.


"아~! 오셨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


아까 1층에서의 문 열어주시던 분과 다르게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이 분의 웃는 얼굴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와도 될 곳에 잘 왔구나 하는 안도, 안심이 되었다.


마음이 어딘가 불편했던 이유는 도서관에서 일하기 전 1년 가까이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상대방의 표정이나 어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딜 가든 1주일이 고비니까 하면서 나는 마음을 다 잡아봤다. 와보기 전에는 별 것 아닌 일 같았어도 일단 이 환경과 이 사람들과 적응하려면 1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담당자분과 인사를 나누고 나와 같은 조를 하게 될 분은 조금 늦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도 전달이 제대로 안된 모양이었다. 오전 근무인지 오후 근무인지. 그래서 나는 1층에서 잠깐 체온 체크하는 일을 하다가 그분이 도착하면 다시 사무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서류를 작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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