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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대장 Apr 18. 2021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희망일자리 참여자

두근두근 출근을 기다리며

도서관에서 해야 하는 일은 이미 공문에서 봤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알고 있었다. 1층 로비에서 도서관 이용객들의 체온을 체크하는 일. 그 일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새롭게 생긴 정부의 정책이었다.


나도 마침 생계가 간당간당했으니 최적의 인물이었고, 걸어서 다닐 만큼 가까운 곳으로 배정되어 지각하거나 불편한 상황이 거의 생기지 않을 처지였고, 개인적으로는 교통비가 따로 나갈 일도 없으며 4시간만 일할 수 있으니 나머지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최고중의 최고의 일자리였다. 체온 체크하는 그 간단한 일을 4명이서 아침, 저녁으로 번갈아가면서 교대 근무하듯이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대번에 지루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일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 났다는 놀라움과 함께 기쁨으로 다가왔다.


회사 다닐 때, 종종 들렸던 강남도서관에서 봤던 사서 선생님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치기도 했고, 내가 강남도서관을 다니면서 느꼈던 설렘과 즐거움이 새삼 떠올랐다.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하고, 그 책이 도착 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쁨.

희망도서를 찾으면서 깨끗한 새 책에서 나던 종이 냄새를 킁킁 거리며 맡아봤던 순간들.

서가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오래됐지만 흥미로운 제목으로 내 시선을 끌던 책을 발견했던 순간.

일하는 분야의 책들 중에 고심해서 빌려와서 정독하며 지식을 쌓아가던 일들.

새책 코너에 있던 신간책들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모두 살펴보며 읽어 볼 만한 책을 찾던 일.

도서관 계단 모양이 노랗고 울퉁불퉁해서 신기해 하면서 한참을 바라 봤던 일.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을 올라 도서관쪽으로 걸으면서 아침공기를 들이키고 책을 반납하던 순간 들.


잠시 잊고 있던 도서관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기억났다. 그렇게 나는 도서관에 흠뻑 빠져들었고, 좋아지면서 부터는 도서관에 대해 알고 싶어졌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하는 일이 어떻든 간에 그 안에서 구성원으로 일한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혹시라도 책과 관련된 일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다. 책 정리하는 일이라든가 책에 쌓인 먼지들을 청소하는 일이라도 뭐든 책을 만질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은 잔뜩 부풀어져갔다.


이 도서관은 월요일이 휴관이었기 떄문에 첫 출근은 화요일이었다. 도서관으로 첫 출근 하기 전 일요일 오후까지도 내가 오후에 일하게 될지 오전에 일하게 될지는 정해졌다는 연락이 없어서 도서관 1층 안내데스크로 전화를 걸었다.


희망일자리 참여자로 도서관에서 일 할 수 있게 됐다는 전화를 받은 날, 나를 포함한 함께 일하시게 될 분들이 모두 오전을 원하니 어느 조가 먼저 아침 시간 대를 하게 될지는 각자의 사정얘기를 들어보고 조율을 해봐야 하니 따로 연락을 주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연락이 아직 오지 않았던 것이다.


" 희망 일자리 참여자 인데요, 혹시 제가 화요일날 오전인가요 오후인가요? "

" 네? 저희 도서관으로 전화 하신것 맞나요? 처음 듣는 얘긴데...."


안내데스크에서 전화 받은 분은 당황했고, 나도 당황했다.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도서관에서 일하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내가 잘못인가 싶어서 이야기를 길게 풀어서 이만저만해서 내가 희망일자리 참여자로 신청을 했고, 도서관에서 화요일부터 출근하게 될 것이라 얘기했는데 아직 오전인지 오후인지 연락이 없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상대방은 아 그런일이 있었느냐면서 그렇다면 아마도 3층 사무실 담당자분이 월요일에 출근하실 것이고 월요일에 전화가 갈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았다.


월요일이 휴관이어도 출근하는구나, 휴관날에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모두가 쉬는 줄 알았더니. 잘은 모를겠지만 그런 시스템이구나.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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