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사직서를 쓰던 날의 심정

by 김지구

30살에 사직서를 쓰던 날, 제 마음은 묘하게도 무겁고 가벼웠습니다. 사직서 한 장은 A4 용지 반쪽도 채 안 되는 크기였지만, 그 안에는 지난 몇 년의 시간과 익숙한 일상, 그리고 안전한 미래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사직서를 쓰기 전까지 수십 번은 머릿속으로 ‘이만두겠다’고 연습했지만, 막상 이름과 날짜를 적는 순간 손끝이 살짝 떨렸습니다. 동료들의 웃음소리, 점심시간마다 가던 식당, 야근 후 돌아오던 늦은 밤의 공기까지—좋든 싫든 제 일상 깊숙이 스며든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그 모든 걸 놓는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명을 마친 뒤 느껴지는 묘한 해방감이 있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던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길이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진 않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퇴근길, 책상 위에 사직서를 올려둔 채 빈 사무실을 돌아보았습니다. 그 순간은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제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페이지 중 하나였습니다. 30살의 저는 안정 대신 변화를 택했고, 그 선택이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다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분명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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