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처음 마주한 낯선 언어는
마치 손전등을 꺼둔 방 같았다.
들리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고,
알 것 같은데도 끝내 모르는 말들 속에서
나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침묵이 처음엔 불편했지만
그 속에서 잊고 있던 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말이 줄어드니, 마음이 들렸다
알지 못하는 언어 속에서는
말로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면 남는 건 단 하나, 태도다.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
눈을 맞추는 시간,
미소를 짓는 순간의 온도.
언어가 닿지 않는 순간
사람은 결국 행동으로 자신을 말하게 된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어떤 표정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사람인지.
부족함이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익숙한 곳에서는
잘 하는 일로 나를 정의하고
유창한 말로 나를 보호한다.
하지만 낯선 언어 속에서는
그 모든 갑옷이 사라진다.
서툼이 부끄럽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조금씩 손짓을 보태고,
천천히 단어를 꺼내고,
때로는 웃음으로 상황을 건너간다.
그때 깨닫는다.
부족함이 사람을 가볍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벼움 속에서
나는 생각보다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이해받기보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가장 놀라운 건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상대방이 천천히 반복해줄 때
나도 모르게 따라 웃고,
손으로 그리듯 설명해주는 장면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말이 부족해지자
나는 자꾸만 세상을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들리지 않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진짜 소통은 언어 너머에 있었다
낯선 언어 속에서
나는 말이 아닌 것으로 연결되는 순간들을 배웠다.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손길
길을 알려주며 한 번 더 손짓해주는 마음
눈빛에 담긴 ‘괜찮아요’라는 위로
그때 알았다.
언어는 연결의 도구일 뿐,
연결 자체는 사람이 만든다는 사실을.
마지막 문장
낯선 언어는 나를 작아지게 만든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부드러운 용기를 깨웠다.
말이 서툴러진 자리에서
나는 더 깊이 듣는 사람이 되었고,
천천히 말하는 사람이 되었고,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조용한 변화가
여행이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나는 모르는 말 속에서
결국 나를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