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직무가 여행에서 도움 될 줄은 몰랐다

by 김지구

마케팅을 할 때 나는 늘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썼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멈추는지,

무엇이 감정을 움직이고, 무엇이 행동을 만든다고 믿는지.


그 훈련이 결국 ‘여행’에서 쓰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세상은 종종 엉뚱한 곳에서 배운 걸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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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끊임없이 ‘관찰자’가 된다


새로운 도시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길을 택하는지,

누가 줄을 서 있고,

어디에서 머물러 대화를 나누는지.


마케터로서 훈련된 관찰력이

여행에서 방향 감각이 되었다.


사람들이 가는 곳에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에 길이 열렸다.


여정을 설계하는 법, 그게 곧 여행 루트가 되었다


마케팅은 결국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유저 여정, 터치포인트, 몰입의 흐름.


놀랍게도 여행도 그렇다.


하루의 리듬을 어떻게 만들지,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르고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지,

어떤 감정을 먼저 만나고 어떤 감정으로 마무리할지.


나는 여행에서조차

‘경험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침엔 조용한 산책,

낮엔 도시의 중심에서 관찰,

그리고 저녁엔 마음이 가라앉는 장소에서 마무리.


여행을 잘 만든다는 건

좋은 캠페인을 설계하는 것처럼

밀도와 여백을 배치하는 기술이었다.


낯선 도시에서도 ‘스토리’를 찾는 습관


마케터는 제품을 단순히 설명하지 않는다.

배경을 만들고, 의미를 입히고, 연결점을 찾는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도

나는 풍경보다 이야기가 먼저 보였다.


고요한 골목 한편에 오래된 자전거가 기대어 있으면

그곳을 누군가가 사랑했을 흔적을 상상했고,

시장 구석에서 혼자 미소 짓던 할머니를 보면

그날의 작은 따뜻함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세상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여행이 더 선명하게 가르쳐주었다.


결국 중요한 건 마음을 움직이는 힘


마케팅이 다루는 건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다.


여행도 그렇다.

멋진 장소가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이 기억을 만든다.


따뜻한 커피,

조금 무서웠던 골목,

해 질 무렵 길게 늘어진 그림자,

낯선 언어 속에서 건넨 미소 하나.


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내 마음이 반응한 순간들이었다.

결국 여행도, 마케팅도

사람의 마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문장


마케팅이 나를 세상 밖으로 보내준 건 아니지만,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나는 이제 안다.

직업은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삶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기반이 된다는 걸.


마케터였던 나는

여행자가 된 지금도

사람의 움직임을 읽고,

감정의 결을 느끼고,

이야기의 흐름을 좇는다.


다만 달라진 건

이제 그 관찰이

성과가 아니라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렇게 직업의 언어는

나의 여행 방식이 되었고,

여행은 다시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지금의 경험을 어디에 쓸지 알지 못한 채 살지만—


삶은 결국, 배운 것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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