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배운 것들이
여행에서 이렇게 유용할 줄은,
솔직히 나도 예상 못했다.
엑셀, 기획안, 회의 스킬, 보고 체계,
고객을 이해하려고 머리 굴리던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세계 어디를 가든
내가 나 자신을 굴리는 기술로 남아 있었다.
1. 문제 해결력은 여행의 생존 스킬이었다
비행기 지연, 숙소 오버부킹, 길 잃기.
이런 순간마다 회사에서 배운 태도가 발동됐다.
문제 확인
원인 파악
가장 빠른 대체안 찾기
불필요한 감정 소비 줄이기
회사에서는 보고를 위해 했던 과정이었는데
여행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냉정함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혼란이었을 순간에
나는 조용히 말했다.
“오케이, 플랜 B.”
여행은 계획대로가 아니라
복구의 연속이라는 걸 알았다.
2. 리서치 능력은 최고의 여행 가이드였다
회사의 리서치 능력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세상을 정확하게 보는 기술이었다.
그래서 여행 준비는 이렇게 했다.
구글맵 리뷰 분석
동선 최적화
교통 패스 비교
문화/치안 정보 체크
로컬 커뮤니티 탐색
“어디가 좋지?”가 아니라
왜 이곳에 가야 하는지를 먼저 찾았다.
효율은 따뜻함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발걸음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3. 고객 관찰 능력 → 사람 관찰 능력
고객을 이해하려 했던 습관이
길 위에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어떤 상황에서 웃는지
어디에서 머뭇거리는지
무엇을 기꺼이 아끼지 않는지
도시마다 사람의 움직임이 달랐고,
그 흐름엔 그 나라의 문장이 담겨 있었다.
마케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4. 콘텐츠 감각은 기록을 이야기로 바꿔줬다
일할 때 익혔던 촬영, 편집, 문장 톤.
여행에서 그것들은
‘업무 스킬’이 아니라
기억을 보존하는 기술이 되었다.
브리핑이 아닌 기록,
전달이 아닌 공유,
성과가 아닌 감정.
덕분에 내 하루는
흘러가지 않고 쌓여갔다.
5. 회사가 준 가장 큰 자산: 견딘 시간
출근길 무기력,
치열한 하루,
작은 기쁨과 커다란 회의감.
그 시간들은
나를 지치는 사람이 아니라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낯선 도시에서도
나는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았다.
작게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런 감정, 이미 회사에서 다 겪어봤어.”
경험은 장소가 아니라
움직임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
마지막 문장
결국 회사에서 배운 걸로
세계여행을 한다는 건
돈을 벌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시간 속에서 만든
기술, 태도, 견딤, 관찰, 기록, 회복을
어디에서든 꺼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는 떠났지만
일에서 배운 것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익숙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간다.
회사 덕에 떠난 게 아니라
회사 덕에 더 멀리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경력은 이력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 속에 남는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