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이후의 시간 관리

by 김지구

회사에서 나왔을 때,

나는 시간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알람 없이 일어나고,

보고서 없이 하루를 끝내고,

점심시간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달콤함이 불안으로 변했다.


“이제 내 하루의 기준을 누가 만들어주지?”


회사에 있을 때는

시간이 나를 끌고 갔다면,

퇴사는 시간이 갑자기 나에게 맡겨진 순간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유’는 계획 없이 굴러가지 않고,

‘여유’는 의지 없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오전의 고요를 지키는 방식


퇴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침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었다.


알람을 9시에 맞추고도

8시 40분에 눈을 뜨면

스스로 대견했고,

천천히 물을 끓여

첫 커피를 내리는 의식이 생겼다.


출근 준비 대신

나는 마음 준비를 했다.


– 오늘 나를 어디에 둘지

– 어떤 감정을 지킬지

–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이전엔 회사가 하루를 시작시켰다면

이제는 호흡이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집중과 산책 사이에서


회사에서는

“딱 두 시간만 집중하자”는 말이 무기였다.


퇴사 후엔

그 무기를 잃었다가

다시 주워 들었다.


타이머를 켜고

90분 동안 글을 쓰고,

20분 동안 가벼운 산책을 나간다.


책상과 거리 사이,

생각과 바람 사이를 오가는 시간.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살고 있으면서 일하는 느낌.


오후를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작은 장치


퇴사 이후 가장 위험한 시간은

점심 이후였다.


잠깐 눕자,

조금만 쉴까,

한 편만 보고 일을 시작하자.


그렇게 하루가 미끄러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만들었다.


“지금 멈추면 오늘 기억이 흐려지지 않을까?”


그 한 문장이

다시 등을 세우게 했다.

자기관리라는 단어 대신

자기 존중이라는 말을 붙였다.


저녁을 비워두는 용기


회사에 있을 때는

퇴근이 하루의 끝이었지만,

지금은 저녁이 하루의 회복 시간이 되었다.


산책하고, 요리하고,

하루를 천천히 정리한다.


“내일 더 잘하려고”가 아니라

오늘 잘 살았다는 감각을 남기기 위해.


생산성이 아니라

존엄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마지막 문장


퇴사 이후의 시간 관리는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더 깊게 살기 위한 습관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스케줄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리듬.


그 리듬을 만들고 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회사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이제야 진짜 내 시간 속으로 들어왔다는 걸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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